'외국인 고용허가제'외면받나
시행 한달… 부산·경남 고용신청업체 136곳 그쳐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 고용의 길을 열자는 취지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지난달 1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나 한달이 지나도록 외국인 고용을
신청하는 업체의 수가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어 고용허가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할 우려를 낳고 있다.
16일 부산지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이후 한달간 고용허가제에 따라
부산지방노동청 산하 부산·경남지역 9개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접수된
외국인 노동자 구인 신청 업체수는 모두 136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천여개 업체가 앞을 다퉈 고용허가제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 구인 신청을
하고 있는 서울·경기지역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부산·경남지역 업체들의 외국인 노동자 구인 신청이 저조하자 고용허가제
실시 이전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빗발치는 문의전화 때문에 수백개의
업체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했던 고용안정센터 관계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에 비해 지난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합법체류를 할 수 있도록 해 준 3년
이하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일명 합법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구인
신청은 오히려 고용허가제에 따른 구인 신청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7일 이후 부산·경남지역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합법화 외국인
노동자 구인을 신청한 업체수는 모두 148개. 현재로서도 고용허가제에 따른
외국인 구인 신청보다 많은 수치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욱
늘어날 기미도 보이고 있다.
부산 사하구 D사는 지난달 고용허가제에 따라 4명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구인 신청을 하고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고용계약까지 한 상태에서 지난
13일 계약을 취소하고 합법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구인 신청을 새로
내기도 했다.
이처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자 하는 업체들이 고용허가제에 따른
외국인 구인보다 합법화 외국인 노동자 구인을 선호하는 것은 합법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의사소통에도 유리한 데다 당장 필요한 인력 보충에
적합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허가제에 따른 외국인 구인의 경우 구인 신청 이후 사업장 배치까지
입국절차와 각종 교육에만 한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고 있다.
부산종합고용안정센터 관계자는 '아직도 업체들이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대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합법화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두 출국해야 하는 내년 8월 이후에는 고용허가제에 따른 구인
신청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상윤기자 nurumi@busanilbo.com
입력시간: 2004. 09.16. 11: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