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외국인이주노동자 산재실태와 문제점, 개선방안 |
외국인이주노동자 산재실태와 문제점, 개선방안
박 석운
노동인권회관 소장/전국민중연대 상임집행위원장
1. 들어가는 말
현재 한국내에는 약 33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주노동자가 전국 각지의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한국경제의 숨은 일꾼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표 1> 02년 3월 현재 외국인력 현황 (단위 : 명, %)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2002. 7.15 발표)
이들이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임금체불, 폭행, 성폭행 등의 갖가지 인권침해사례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 이외에도, 특히 일하다가 다치거나 병에 걸리는 산업재해로 인한 고통이 각별하다. 그러나 그 사이 단편적인 산재피해사례나 정부당국에서 발표하는 몇 가지 소략한 통계를 통해서만 그 심각한 실태의 일단이 알려졌을 뿐이다. (<표 2> 참조)
이 통계에는 산재처리가 안되어 은폐된 외국인이주노동자 산재현황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이 통계는 빙산의 일각만 반영하고 있을 뿐이고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훨씬 더 많은 산재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통계로만 보더라도 외국인이주노동자 산재발생건수는 매년 평균 27.3%씩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른 보험급여도 매년 평균 33.6%씩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표 3>참조)
<표 2> 외국인이주노동자 산재발생 현황(괄호속 : 사망자수)(단위 : 사례수)
* 근로복지공단에서 2002년 국정감사시 제출한 자료로 재구성
<표 3> 외국인이주노동자 연도별 산재보험급여 지급 현황 (단위 : 백만원)
* 근로복지공단에서 2002년 국정감사시 제출한 자료로 재구성
특히 은폐된 사례를 빼고라도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들의 산재발생률이 국내 노동자들의 산재발생률보다 훨씬 높게(평균 1.92배)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표 4> 참조)
<표 4> 외국인산업연수생과 국내노동자 산재율 비교
* 2002년 국정감사시 박인상의원의 발표자료에서 재구성
이렇게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산재실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지만,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차에 어렵사리 진행된 이번 실태조사를 계기로 외국인이주노동자 산재실태를 빙산의 일각이나마 객관화시킨 셈이 되었는 바, 이것을 기초로 외국인이주노동자 산재대책을 논의해 보자.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산재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이를 예방의 측면과 보상의 측면, 그리고 관련 제도적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2. 산재예방의 측면
(1) 사업장 안전보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해야 : 안전장치 등 시설을 설치, 가동토록 해야
산재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동부 등 정부당국의 사업장 안전보건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안전장치를 작동하지 않는 사업장, 기계의 점검을 소홀히 하여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 동일한 유형의 산재가 연거푸 발생하는 반복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부당국에서 적극적이고 강력한 산재예방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물론 이 경우 처벌, 단속 등 사후적 조치 일변도로만 접근해서는 산재은폐를 조장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므로, 산재예방을 위한 사전적 조치가 엄격하게 시행되는데 노력이 집중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안전장치 등 안전시설을 제대로 설치, 가동하는 것이 산재예방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고,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산재예방과제를 중소영세 사업장의 산재예방 프로그램과 연동하여 적극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 안전교육/언어교육 필수적으로 실시되어야
언어가 서툴다는 것은 모든 물정에 서툴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안전수칙이나 안전한 작업 방법 또한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작업에 투입되기 전에 언어교육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안전수칙이나 안전한 작업방법 등에 관해 자세히 설명받는 등의 안전교육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애당초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손짓발짓을 통해 간단한 작동방법을 보이고는 무작정 작업에 투입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어찌 보면 이런 상태에서 산재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비정상일지 모른다.
특히 언어가 서툰 사람들이기 때문에 외국인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은 한국인노동자들에 대해서보다 훨씬 더 철저히 시행되어야 한다.
우선 산업기술연수생에 대한 언어교육과 안전교육이 입국초기에 체계적으로 또 집중적으로 실시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언어교육이 되고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에서 사업장에 배치되어야 비로소 사업장에서 구체적이고 자세한 안전수칙이나 안전 작업방법에 대한 교육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3-4일정도 실시되는 합숙훈련기간을 대폭 늘리고 교육내용도 달라져야 하는데 그 비용이나 이 기간중의 임금문제 등이 제기되게 된다. 그런데 현재의 산업기술연수제도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바, 산재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교육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바로 이 점이 산업기술연수제도가 폐지되어야 할 주요한 이유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불법체류상태에서 일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경우는 음성적인 상태에서 취업하고 있다는 특성 때문에 체계적으로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시행해 나가는 것이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적어도 사면, 양성화 또는 준양성화 조치를 실시할 때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교육이나 건강진단 등에 준하는 조치가 병행 실시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도 영세사업장이라는 측면을 고려하여 개별 고용주에게 그 비용부담이나 실시의무를 전담시키는 방법보다 정부차원이나 공공적 차원에서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여야 한다.
(3) 작업중지권 실효성있게 실시되어야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한국의 물정에 어두운 한편, 한국내에서의 체류자격과 관련하여 합법체류자이든 불법체류자이든 위험하다고 느끼는 작업을 하라는 상급자의 지시를 거절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정상적인 업무지시일 경우 당연히 따라야하겠지만, 자신의 신체에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예컨대 기계가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인다든지, 자신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위험한 기계를 작동시켜야 하는 경우 당사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작업지시를 거부할 경우 뒤따를 해고의 우려 때문에 위험하다고 느끼는 작업을 하라는 상급자의 지시를 거절하지 못한다. 자주 발생하는 사례인데, 기계의 이상을 상급자에게 보고하였음에도 괜찮으니 작업하라는 지시를 받았거나, 또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작업이기에 작업하지 못하겠다고 하였지만, 그래도 작업하라는 상급자의 지시를 계속 거부하기 어려워 작업하다가 산재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형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할 사례들이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그냥 넘어가고 있고, 계속 산재는 빈발하고 있다. 특히 취약한 지위에 있는 외국인이주노동에게도 작업중지권, 작업거부권 등이 실효성있게 확보되려면 미등록(불법체류)이주노동자에 대한 사면, 양성화 등의 조치가 병행되고 이들의 권리주장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겠지만, 그 이전이라도 이런 경우에는 비록 사후적으로라도 사업주나 상급자를 처벌하고 그런 사실을 일반 사업주나 상급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등의 조치를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4) 정기적 건강진단 실시되어야
합법체류자이든 초과체류자이든 가리지 않고 노동자에 대한 건강검진이 정기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당연히 산업안전보건법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일반검진이든 특수검진이든 거의 실시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건강검진 문제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검진 문제 해결과제와 연동시켜 추진하되, 이 경우에도 영세사업장이라는 측면을 고려하여 개별 고용주에게 그 비용부담이나 실시의무를 전담시키는 방법보다 정부차원이나 공공적 차원에서 정기적 건강진단을 실시하는 특단의 방안을 적극 모색하여야 한다.
(5) 직업성 재해의 예방조치도 적극 실시하여야 한다. : 정부차원의 적극 배려 필요
직업병의 초기증상을 포함하여 직업병증상을 보이거나 직업병이 의심되는 상태에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정부적 차원 또는 공공적 차원의 적극적 배려가 필요하다. 직업병의 의심이 있더라도 직업병임이 판정되기 전에 거쳐야 할 각종 검사비용은 이들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다. 이로 인해 분명 직업성 질환이 예상되는 경우에도 정밀검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직업병의 조기진단, 조기치료에 역행하게 되고, 쉽게 치료할 수 있거나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는 결과가 된다. 때문에 의학적 판단을 기초로 신청하는 경우에는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금전적인 부담없이 정밀검사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 점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직업성재해 대책과도 일맥 상통하는 것인데, 정부차원의 또는 공공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3. 산재보상의 측면
(1) 산재승인에 대해 협조하는 사업주에게는 벌금면제 혹은 대폭 감면해주어야
미등록(불법체류) 외국인이주노동자를 채용한 데 대한 벌칙으로 사업주에게 부과되는 벌금은 산재은폐를 구조화한다. 비록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채용하였다 하더라도 산재가 발생한 후 산재승인에 협조하는 사업주에게는 그 정상을 참작하여 벌금을 면제한다든지 적어도 대폭 감면해주는 정도의 유연한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이 점도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을 사면, 양성화하는 조치가 취해지면 상당부분 해소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2) 휴업급여 70%는 너무 적다.
산재를 당한 한국인 노동자의 경우에도 휴업급여 70%는 치료하면서 생활하기에 너무 적은 금액이다. 산재를 당해 치료중인 노동자는 치료를 위해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휴업급여 70%는 사실상 이중으로 임금이 깎이는 것과 같다.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경우, 한국인보다 임금이 매우 낮기 때문에 휴업급여 70%로는 생활하기가 힘들어진다. 예컨대 월 70만원의 임금을 받던 외국인이주노동자라면 월 49만원의 휴업급여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한국이 생활근거지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인노동자의 경우보다 생활하기가 훨씬 힘이 든다. 이로 인해 산재피해를 입은 많은 외국인이주노동자가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고 친구들에게서 돈을 빌려 생활한다. 산재를 입은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이 치료기간 중에 가장 근심하는 것이 수입중단 또는 수입감소라는 실태조사결과를 주목해야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휴업급여도 장해보상금이나 유족보상금처럼 최저기준을 설정해두고 70%의 휴업급여가 그 최저기준에 미달할 경우 최저기준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또는 휴업급여가 법정최저임금미달일 경우는 최저임금에 준한 금액을 휴업급여로 지급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있다.
(3) 피해자의 주장을 일차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업주가 외국인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월급여 등의 서류를 갖춰놓고 있지 않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다수가 근무하는 30인 미만의 영세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이보다 큰 규모의 기업의 경우에도 세금이나, 불법체류자 채용에 따른 벌금의 우려 때문에 증빙서류를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또 월급을 지급할 때에도 임금액과 그 내역이 기재된 월급봉투를 받기보다는 아무 것도 씌여 있지 않은 봉투를 받거나, 또는 그런 봉투도 없이 그냥 현금으로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산재가 발생하여 휴업급여나 장해보상금을 청구할 때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에 월임금을 낮춰 진술하는 경우에도 산재피해를 입은 외국인이주노동자가 자신의 월급여액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눈뜨고 월급여가 깎이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산재 발생시 월급여와 관련된 증빙서류를 사업주가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주장을 일차적으로 존중해서 반증이 없는 한 피해자의 주장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도록 지침을 정할 필요가 있다.
(4) 재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한국에 계속 거주하기 어렵다. 직장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본국으로 돌아가기도 어렵다. 재수술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귀국하고 싶어도 귀국하지 못한 채 초과체류 상태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인권모임을 통해 산재승인을 받고 재수술을 기다리던 어떤 외국인이주노동자가 본국으로 귀국했다. 그는 무려 1년 6개월이 지난 후에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그 기간동안 한국에 초과체류하면서 기다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귀국준비를 하면서 내내 재수술을 위해 다시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염려했다. 이와 관련하여 산재로 인해 재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귀국을 원할 경우 재입국을 통한 재수술에 지장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조치가 필요하고, 그가 한국에 계속 거주하기를 원할 경우 적어도 재수술이 완료되는 시점까지는 합법적으로 한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5) 간병에 관하여
장기치료가 필요한 경우 본인이 원한다면 치료기간 동안 간병을 위해 본국의 가족이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6) 장해등급 판정자에 대한 재활 직업교육 실시하여야
근로복지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산재 피해자의 재활을 위한 직업교육은 현재 한국인 노동자에게만 열려 있다. 산재피해를 입은 외국인이주노동자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측에서는 교육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 규정을 살펴보아도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은 배제한다'는 규정은 없다. 또한 산재를 당한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을 한국인 노동자와 차별해야 할 그 어떤 합당한 근거도 없다. 이는 명백히 국적에 의한 부당한 차별이다. 따라서 산재를 당한 이상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가리지 않고 재활을 위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정비하여야 한다.
그럼으로써, 산재를 당해 장해가 남은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이 귀국했을 때, 자영업이든, 재취업이든 나름대로의 생활방도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4. 관련 제도적 측면
(1) 한국의 모든 외국인 이주노동자에게 실질적인 노동법 전면 적용필요
현재 해외투자법인 연수제나 산업연수제에 의해 한국에서 취업하고 있는 외국인산업연수생들이나 미등록(불법체류)이주노동자들의 경우, 관련 법령의 해석이나 관련 행정지침상으로는 산재보상보험법이 모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많은 사업장에서 산재보상보험처리하지 않고 공상 혹은 자비를 들여 치료하게 하고 있다.
또한 전반적인 여건에서 외국인산업연수생이나 미등록(불법체류)이주노동자보다 더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해외투자법인 연수생의 경우는 실상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거니와 몇몇 알려진 사례를 통해 보더라도 참담한 지경이다. 해외투자법인 연수생의 경우는 산재보험과 최저임금이 적용된다는 노동부 행정지침과 달리 실제로는 산재보험이나 최저임금이 거의 적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실정이라도 해외에 투자했다는 등의 간단한 법적 요건을 증빙하는 서류만 제출하면 쉽게 연수비자를 받을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노동부 등이 전혀 관리할 수 없는 체제로 되어 있는 현재의 제도가 이런 탈법을 조장하는 환경을 구조화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해외투자법인 연수생의 경우 법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온갖 인권침해와 산재의 위험에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한국에서 취업중인 모든 외국인 이주노동자에게 노동법이 전면적으로, 실질적으로 적용되도록 법 제도를 정비, 확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 산업연수제도를 철폐하고 노동허가/고용허가제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
한국노동법의 전면 적용을 피하기 위해 고안된 외국인산업기술연수제도는 인권침해를 조장하는 제도라는 이유로, 또 기술연수를 전혀 시키지 않고 실제로는 일하는 노동자인데도 명목상 기술연수생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대우를 하지 않고 저임금노동을 시키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표리부동한 제도를 문명국가에서 정부정책으로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그리고 엄청난 송출비리를 유발하는 제도라는 이유 등등으로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외국인산업기술연수제도를 철폐하고 대신 외국인력이 필요하다면, 정정당당하게 한국노동법이 전면적용되는 노동허가/고용허가제를 실시할 것을 주장해 왔다.
위의 이유들 외에도 특히 산재예방을 위해서도 산업연수제도가 철폐되고 노동허가/고용허가제가 도입되는 것이 문제해결의 매우 중요한 전제가 된다. 산재예방을 위한 안전교육이나 안전보건조치 등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한국노동법이 전면 적용되는 상황에서만 비로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미등록노동자들을 전면 사면, 양성화해야 한다.
많은 미등록(불법체류)노동자들이 산재피해를 입어도 출입국관리법상의 체류자격의 문제로 인해 산재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사업주들이 악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사업주들은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 산재보상보험 신청을 요청한다면 '너는 출국당해야 한다'는 말로 사실상 위협을 가하고 있고, 그렇다고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전면 사면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산재피해를 입은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자유의사로 사업주와 합의할 수 있고, 은폐된 산재사고 뒤에서 한국/한국인에 대한 원망만 쌓아가고 있는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제대로 된 산재예방 조치를 위해서도 사면, 양성화는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음성화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실태파악도 안될 뿐 아니라 산재상황이 은폐되면서 모순이 증폭되기 마련인 바, 양성화시킬 때만이 안전보건교육이나 건강진단 등의 산재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4) 일정 비율 이상으로 노동력을 상실한 경우 본인이 원한다면 영주권을 주고 자활할 수 있는 지원을 하여야 한다.
본국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외국인 한국으로 이주하여 노동하였던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이 부상당한 신체로 본국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더욱 어렵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특히 중장해를 입은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경우 귀국한다 해도 생계가 막연할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직업성재해이든 사고성 재해이든 산재가 발생하였다는 것은 사업장이 안전한 노동을 하기에 부적합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안전한 노동을 위해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법적 의무를 따지기 이전이라도 산재로 중장해를 입은 외국인이주노동자가 원할 경우 한국에서 영주하면서 자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한국정부나 한국사회가 이들에게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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