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외국인노동자 정책과 노동운동의 대응(박석운/노동정책연구소장/95.4.22) |
1. 문제의 제기
세계화 의 구호가 요란스럽던 95년 새해 벽두 명동성당에서 농성한
13인의 네팔인 취업연수생들의 외침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충격
을 주었다. 때리지 마세요, 월급주세요, 여권 돌려주세요, We are human
(우리도 인간입니다). We are not animal(우리는 짐승이 아닙니다)고 절
규하던 이들의 모습을 접한 사람들은 모두 절대 이래서는 안된다고 느
꼈지만, 막상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문제
를 풀어 나갈 지에 대해 갖가지 혼선이 중첩되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략을 받거나 외국에 나가 민족차별을 받던 피
해자 의 입장에서는 경우가 많았던 우리민족이 이제 반대로 일종의 가
해자 입장에 서게 되었지만, 처음 경험하는 영역의 일인지라 합리적 대
응체제가 형성되어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 판단기준이나 합
리적 정책방향도 서 있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10만 명에 가까운 외국
인 노동자가 쏟아져 들어오게 되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사태가 진
행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문제를 더 이상 덮어두거나 미봉할 수 없는 상황
이 되었고 지금부터라도 근본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진지한 노력이 시
작되어야 한다.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의 중요한 부분은 역시 외국인노동자 관련 정
책.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으로, 아울러 노동운
동진영이 외국인노동자들을 같은 노동자로서 인식하고 이들을 노조원으
로 조직할 뿐 아니라 적극적 보호대책활동을 펼쳐 나가는 것이 핵심적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2. 외국인 노동자 정책의 확립
2 - 1. 한국 내에서의 노동자 관련 정책. 제도의 역사적 전개
2 - 1 - 가. 우리 나라는 외국인의 국내취업을 기본적으로 금지하되,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외국인 취업을 선별적으로 허용하
는 정책을 쓰고 있다. 전문분야별로 한국인으로 충원하지 못하는 특수
부문에 한정하여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선별적으로 취업을 허용하는
이른바 "대체성의 원칙"을 견지하였던 것이다.
이는 내국인의 취업기회를 늘리고, 실업문제에 능동대처하기 위한
목적에서 그러한 것이다.
이들은 주로 선진국출신의 기술인력 및 전문인력들이고 또한 사전에
상대적으로 치밀한 계약과정을 거쳐 출입국 관리법상 취업이 가능한 비
자로 입국하기 때문에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2 - 1 - 나. 90년대초 주택 200만호 건설 등의 이유로 단순노동자들의
인력부족현상이 나타날 무렵, 정부는 1991년 10월 26일 "외국인 산업
기술 연수사증발급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법무부훈령 제255호) 및
그 시행세칙을 발표하여 1991년 11월 1일부터 산업기술연수생제도를 시
행하였다.
이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2조의 별표 제12호에서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연수조건을 갖춘 자로서 국내의 산업체에서 연수를 받고자 하는
자(산업기술연수생)는 법무부장관이 따로 정하는 기간 동안 체류자격이
있는 것으로 규정한 것을 법적 근거로 하고 있다.
당시의 위 업무처리지침은 연수목적사증의 발급대상자로 외국환 관
리법에 의하여 외국에 직접 투자하거나 외국기업과 합작으로 외국에 투
자한 산업체, 기술개발촉진법에 의하여 외국에 기술을 제공하는 산업
체, 대외무역 법에 의하여 외국에 산업설비를 수출하는 산업체, 외국인
에 대한연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여 주무부처의 장이 추천하는 산업
체에서 연수하려는 자로 규정하고 있었다.(위 업무처리지침 제2조)
위 연수기간은 6개월 이내로서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때에는 6개월
연장할 수 있고, 연수인원은 50명을 한도로 하여 당해 산업체의 상시근
로자수의 대략10% 이내로 한정하였다. 당시 산업기술연수제도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 숫자는 매년 약 8천-9천명 정도였지만 당시에는
사회적 관심이 기울여지지 못하였다.
2 - 1 - 다. 비슷한 시기인 90-91년경 관광비자나 방문비자로 입국하
여 취업하는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숫자가 급증하여 약 10만 명의 외
국인 불법체류노동자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국의 영세. 중소기업
에서 취업하게 되면서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 등이 발생하게 되면서 심
각한 사회문제의 하나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사회
적 대응 태세는 거의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상황이 빠른 속도로 전개
되어 갔기 때문에 정책.제도는 현실을 뒤쫓아가기에 급급한 실정이었
다.
한편, 간헐적으로 시행되던 단속에 걸려 강제출국되는 외국인 노동
자들이 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용사업주까지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가 빈발하였다. 그러자 각 공단지역의 영세, 중소사업주들은
인력난을 호소하면서 외국인 노동채용을 합법화해 줄 것을 집단적으로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정부당국은 1992년 6.10부터 7월말까지 일제신고기간을 정하
여 신고토록 하였다. 신고한 경우에는 기왕에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여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나 사용사업주를 처벌 면제하고 신고한 사업주
책임 하에 92.12.말까지 1차로 출국기한을 연장시켜 그때까지의 국내
체류를 사실상 허용하였다. 당시 정부당국은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채
용을 법률상 합법화시키는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었다. 정부당국이
92.12.말까지의 시한이 적힌 "출국권고서"를 발부하면서 그 시한까지는
강제출국이나 형사처벌하지 않겠다는 방식이었고, 한꺼번에 수만 명을
출국시킬 경우에는 항공편이 부족하니 일제히 출국시키지 못하고 몇 개
월간 출국기한을 연장시켜 서서히 내보내겠다는 식으로 공식 설명하였
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국내 영세 중소기업의 심각한 저임금노동력 부
족상황에서 일시에 출국시키면 이들 기업이 문을 닫을 형편임을 고려하
여 "시한부 합법화","유사합법화"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다가 출국
기한인 92.12.말이 다가오자 93.6.말까지로 재차 출국기한 연장조치가
내려지고 93.6.에는 다시 93. 12. 15.까지로 출국기한이 3번째로 연기
되었다. 법무부 당국은 이번에는 기필코 모두 출국시키겠다고 방침을
거듭 밝혔지만 경제 현실론을 앞세운 경제부처의 의견에 밀려 또다시
94년 상반기까지 출국유예시키는 4차 연장조치를 취하였다.
2 - 1 - 라. 불법체류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사례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94년초 산재 당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집단농성이 감행되면서 사
회적 물의는 증폭되었다. 위 농성결과 대통령이 94.2. 불법체류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산재보험을 적용토록 지시하기에 이르러 최초로 정부당국
의 긍정적 조치가 취해졌다. 이어 94.9.에는 이미 출국한 상재 피해자
에게도 소급해서 산재보상금을 지급하기로 방침이 결정되었고, 또한 임
금체불 등 노동법위반 사항에 대해 노동부에서 행정지도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2 - 1 - 마. 소규모로 실시되던 산업기술연수제도가 편법적 외국인력
도입제도로 광범하게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부터이다.
정부는 93.11.24. 외국인 산업기술연수 조정협의회(법무부차관 주
재)를 열고 외국인산업기술 연수생 도입기준을 대폭 허물어뜨리고 추가
로 2만 명의 산업기술연수생을 도입하되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가 연
수생 모집.알선.연수.사후관리를 담당하도록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법
무부는 1993. 12.28. 외국인 산업 기술연수사증 발급 등에 관한 업무
처리지침 을 개정(법무부훈령 제 294호)하면 종전의 연수비자 발급대상
에 주무부처의 장이 지정하는 산업체유관 공공단체의장이 추천하는 산
업체에서 연수하려는 자 를 추가하고, 연수기간도 1년 이내로 하되 1년
을 연장할 수 있도록 변경하면서 이 개정지침을 94. 1. 1.부터 시행토
록 하였다.
위 2만 명의 연수생이 신규도입되고 있는 사이, 정부는 1994년 9월
2일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조정협의회'를 개최하여 이미 도입결정된 2만
명에 추가로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을 1만명 늘리기로 결정했고, 이들
추가도입 1만 명은 섬유업종에 7,500명, 신발업종에 2,500명으로 할당
되었다.
2 - 1 - 바. 외국인 산업기술 연수생들의 심각한 인권침해실태를 개선
하기 위해 95. 1. 9. 네팔인 연수생 13명이 명동성당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하고, 38개 시민. 노동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외국인 산업기술연수
생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가 적극적 자원활동을 하면서 외국
인산업기술 연수제도의 일부개선책이 발표되었다.
95.2.3일 노동부차관 주재로 8개부처 국장이 모여 산업기술연수생제
도의 개선책을 합의하기에 이르렀고, 이 내용을 95.2.14.노동부 예규
제 258호로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의 보호및 관리에 관한 지침 으로 제
정.발표하게 되었다.
위 개선책의 주요내용은 1995. 3. 1.부터 외국인 산업기술 연수생에
게도 산재보험, 의료보험의 혜택을 주고, 근로 기준법상의 강제근로금
지, 폭행금지, 임금지불, 금품청산, 근로시간 준수 등의 법적 보호를
부여하며, 또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과 보건상의 조치 및 건강진단
등을 실시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저임금 법을 적용하여 연수수당은 국내 최저 임금인 월
264,000원 이상으로 지급하도록 결정하고(종전 월 210 - 260달러 -->월
330달려) 또한 임금은 본인이 직접 수령토록 하고 여권도 본인이 소지
토록 제도화하는 한편, 송출기관의 횡포를 줄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한
다는 것이었고, 95. 2.28.까지 기존 연수계약을 위 개선책에 맞게 수정
계약 하도록 규정하였다.
2 - 1 - 사. 한편, 1995.3.1.부터 시행되는 연수제도 개선책과는 별도
로 노동부는 금년 내에 광범한 의견을 모아 고용허가제를 축으로 한 외
국인력도입관련입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통산산업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는 물론 중소기협
중앙회나 중소기업주들은 고용허가제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
고 있어, 입법화되기에는 여러 가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당국의 위 연수제도개선책이 사업장에는 거의 준수되지 않
고 취업연수생들의 인권실태가 현실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사이 중
소기협중앙회측은 대통령과의 면담과정을 통해 추가로 10만 명의 산업
기술연수생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신문보도가 있고, 이어서 축산업계나
원양어업계 등에서 대량의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 도입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현재 상황은 기존제도의 획기적 개선방향과 기존연수제도의 문제
점을 미봉해 둔 채 취업연수생도입 숫자를 대폭 확대하려는 방향사이의
분기점에 서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정책 방향이
잡히느냐에 따라 향후 외국인노동자문제의 양상이 달라지게 되어 있고,
또 한국내 노동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중차대한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2 - 2. 정책기조의 확립을 위하여
2 - 2 - 가. 외국인력 도입시 문제점
기업주 등 재계에서는 현재 중소기업에서의 인력난이 심각하니 저임
금의 외국인 단순기능 노동력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업주들은 우선 필요하니 저임금의 노동력 만 쓰고 싶겠지만, 노동력
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사람 이 들어오는 것이니,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측면의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어 있다. 이
런 점을 도외시하고 저임금노동력만 한눈 팔다보면 돌이킬 수 없는 부
작용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2) 무분별한 외국인력 도입 정책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로 지적될 수
있다.
첫째, 경기가 불황국면으로 접어들 때 대량 실업문제가 야기될 수
있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기술혁신과 자동차 및 생산시설의 해외이
전 등으로 필요 노동량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발견될 우려가 현존한다.
이른바 인력난 문제도 달리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 우리 나라는 인력의 절대량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왜곡된 교육제
도 및 노동시장구조로 말미암아 인력배분이 잘못되어 있는 측면이 더
큰 것으로 보이고, 이런 마찰적 성격의 인력부족현상은 교육제도개혁
및 노동시장기능의 활성화 즉 능력개발 기능이나 직업안정기능의 획기
적 강화로 해결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유휴인력을 일본이나 대만. 싱가폴 수준으로만
감소시키고 인력개발하면 노동력 부족분을 충분히 메우고도 상당한 여
유가 있다는 한국 노동연구원의 연구결과 (1994. 8. 국내 유휴인력 활
용가능성에 대한 국제 비교 )가 주목될 필요가 있다.
한편, 언젠가 닥쳐올 남북인력교류시대나 남북통일시대에 새로 노동
시장에 등장할 풍부한 양의 북한 노동력에 대한 고려를 하더라도 실업
문제나 고용안정문제를 가벼이 보는 것은 파멸적 결과로 귀절될 위험이
있다. (독일 통일후의 상황을 참고할 필요)
둘째, 값싼 외국 인력이 도입되면 가뜩이나 심각한 국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가 더욱 고착되고, 또한 국내 노동시장의 질서가 엄청나게
교란된 위험이 현존한다.
셋째, 한국노동자들의 노조조직력이나 노동조건에 있어 결정적 영향
을 미친다. 값싼 외국인노동력의 범람은 한국노동자들의 노동조건향상
을 발목 잡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고 분할통치를 통한 노동통제의 도
구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넷째, 단일민족사회로 오랫동안 살아온 한국의 경우 외국인 노동력
의 대량 도입으로 생길 수많은 문제들을 소화해 나갈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기반이 대단히 취약한 상태이다. (공격적 민족주의의 폐해) 장
기체류로 인한 결혼, 2세 출생, 2세 교육 문제가 속출할 것이고, 주거
문제나 미비된 사회보장의 확산에도 상당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다.
다섯째, 한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즉, 한국중소기업의 경영혁신이나 산업구조개선에도 방해가 되고,
한국중소기업의 경영혁신이나 산업구조개선에도 방해가 되고, 한국경제
의 중장기적 전망에서도 도리어 나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영세, 중소기업들은 우선 입맛에 달콤한 저임금노동력에 집착할 것
이 아니라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뼈를 깎는 경영혁신과 산업구조개선을
통해서 경제성을 갖춰내는 것이 올바른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
이다. 그런데 저임금의 외국인노동력을 계속 공급해나가는 것은 영세.
중소기업에 마약을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올 따름이다.
3) 결국 외국인력의 도입은 위에서 본 것과 같은 많은 문제점을 야
기시킬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현 단계에서의 무분별 도입은 곤란하다.
2 - 2 - 나. 여러 가지 정책방향의 실효성여부
1) 반대로 외국인력 도입을 종전대로 계속 금지시키고, 단속을 강력
하게 펼치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필연적으로 실패하게 되어 있고, 다른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 점이 명백히 확인된다. 아무리 입국심사를
철저히 한다고 해고 관광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원천봉쇄할 수가
없고,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해서 각 사업장에 박혀버리면 단속불가능한
상태로 될 것이다. 또 단속을 심하게 하면 할수록 문제가 음성화되어
폐단은 더욱 증폭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2) 산업 기술연수제도도 실패임이 이미 확인되었다.
이런 난점들을 모두 해결해주는 방안으로 정부당국에서 산업기술연
수제도의 대폭 확대 방안을 찾아내었지만, 이 또한 편법일 뿐 문제해결
책이 되지 못한다. 우선 필요하니까 편법으로(명목만 연수 이지 실제
로는 편법적 외국인노동력 도입임) 들여다 사용하고, 나중에 우리 경제
에 필요 없게 되면 그때 가서 내보내면 될 것 같지만 사태진행은 그리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 방식은 선진각국에서 모두 실패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
현재도 이미 20%가 넘는 연수생들이 지정된 연수사업장을 이탈하여
불법체류상태로 흘러가고 있고, 또 연수기간이 종료되었을 때 모두 돌
아간다는 보장이 전혀 없으며 언제든지 불법 체류 자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기간종료 무렵에도 여전히 외국인 노동력이 필요한 업종
은 존재하기 마련이어서 그때는 더욱 자연스럽게 연수기간 연장을 외치
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기술연수제도의 가장 큰 맹점이 제조적으로 인권침해 가능
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번 명동성당 농성과정에서나 이후 사태 진
전과정을 살펴볼 때 결과적으로 국제사회 특히 동남아지역에서의 한국
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면서 중장기적 국익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비유하자면 당장 눈앞의 저임금에 현혹되어 큰
국익을 놓치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愚) 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경제 및 세계화시대의 미래상을 그려볼 때 미.일 편중에서
동남아 각국과의 유대강화나 경제협력이 필수적일 텐데, 이른바 친한
파 가 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적대감과 증
오감난 지니게 한다거나 또한 한국사회의 도덕성과 양심에 대해 일말의
신뢰도 갖지 못하게 만든다면 결과적으로 우리가 우리발등을 찍는 것이
나 다름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편법은 편법을 낳기 마련이며, 또 합리적 도입보다 더욱 큰 문제점
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점은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이것은 [연수]이지
[외국인 노동력도입]이 아니 라면서 파생되는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해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 이 이미 들어와 있는
것이 현실 인데 머릿속이나 입으로만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가는 사회
적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상태를 뒤쫓아가기도 힘들 수밖에
없다.
3) 중국교포에 대한 우대도 득책이 아니다.
중국 교포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일응 상대적으로 폐단이 적은 방
법이기는 하지만, 차라리 해외 교포의 모국 귀국 차원으로 접근하는 방
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이 차별대우를 방지하고 또 이른
바 인력난 도 해소하는 방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안도
통일시대 북한 노동력의 등장과 연결해서 신중하게 연구, 검토.판단해
야지 졸속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같은 조건에서 중국교포만 우대하는 방식은 민족차별 논란과
관련하여 국제화시대에 현명한 방법이 아님이 지적되어야 한다. 남미출
신의 일본인 2,3세에게 특혜를 주는 일본식 혈통주의는 비열한 민족차
별정책(그 희생자는 주로 재일 동포임)이라 아니할 수 없는 바, 우리
나라가 이런 일본정책을 답습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4) 결국 무분별한 외국인력도입이나 편법도입 모두 금물이다. 또한
금지와 강력단속방침도 성공할 수 없는 정책 방향이다.
5) 그러나 현실적으로 5-6만명 정도의 불법체류 노동자가 이미 존
재 하고 있고 또 산업기술 연수생도 3만명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
이 분명히 고려되어야 한다.,바로 이점이 우리의 정책논의를 원점에서
출발할 수 없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이다. 우리는 불가피하게 현재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정책방향을 잡아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 - 2 - 다. 외국인력도입정책 결정의 전제조건
1) 외국인력을 도입하려면 정당한 방법으로 도입해야 한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난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사정상 부득이 외
국인노동력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가
이로 인한 대가 즉, 일정한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각오가 전
제되어야 하고 반드시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도입해야 한다.
명목이 어떠하든 지간에 도입되는 외국인력은 한국노동자와 동등조
건이 보장되어야 하고, 사회보장의 동등수혜, 사업장 이동의 자유(사실
상 강제노동의 금지), 모집과 송출과정의 공공성 보장(송출업체 횡포의
제도적 방지) 및 노조가입보장 등 노동3권의 보장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편의주의는 성공하기도 어렵거니와 국제화시대의
중장기적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노동력 만이 아니라 사람 이 들어오는 것인 만큼 이로 인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감내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다른 민족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지혜를 터득하고 다원주의적 사회로 변화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만일 이 정도의 필수적인 대가 도 치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한다면 이런 상태에서의 외국인력 도입은 추진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단물만 빼먹고 나머지는 버리겠다는 얄팍한 생각은 옳지 않은 정책일
뿐더러, 현실에 있어서도 성공할 수 없고 부작용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2) 해외 인력도입 이전에 기존의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요건이다.
즉, 이미 국내에 존재하는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사면과
합법적 신분부여가 외국인력도입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제대로 대책기조를 세우고 대응태세를 갖추기도 전에 벌써
5-6만명 가까운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상태에서 한국경제에 숨은 일꾼 노
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외국인력이 필요하여 도
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마땅히 이에 앞서 우리 경제에 필요하여 이미
우리 사회에 현실적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이들을 우선 정상화시키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외국인노동자를 사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주들의
의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지난 몇년동안 이미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여 한국말로 어느 정도 알아듣고, 또 기술도 어느 정도 숙련되어
일하기 좋은 상태인 외국인들을 모두 내 보내고, 이제 와서 새로 외국
인노동자들을 들여오면 언제 가르쳐서 지금 일하는 외국인들만큼 숙련
시킬 것이며 또 계산하기 어려운 그 기간동안의 엄청난 낭비는 어떡하
냐는 것이다.
결국 탁상공론으로 불법체류자는 모두 내보내고 새로 저임금 연수생
이나 저임금 노동력을 합법적으로 들여오는 것이 좋다라고 쉽게 단정짓
는 태도는 경제효율의 측면에서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우선적으로 취업연수생중 사업장 이탈자에 대한 전면 사면 및
연수생의 자유로운 선택에 기반한 사업장 재배치가 선결요건이다.
현재 국내에 입국한 취업연수생중 20%가 넘는 인원이 이미 사업장을
이탈한 상태에 있는데, 이는 거의 전적으로 잘못된 산업기술연수제도
때문임은 재론의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제 1995. 3. 1부터 취업연수
제도가 개선 시행되는 마당에 종전의 잘못된 제도 때문에 생긴 이탈자
에 대한 전면적 사면조치 및 연수생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근로계약
및 사업장 재배치가 실시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3) 공개토론과 국민적 합의 형성과정이 필수적이다.
사실 이번 취업연수생 문제만 보더라도 공개토론과정이나 국민적 합
의형성과정을 일체 도외시한 채 몇몇 정책당국자들이 밀실에서 마치 사
업주 단체에 이권 주듯이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국가적 망신까
지 당하게 된 것이다.
새로 제도개선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실태와 대안에 대한 다각적이
고 치밀한 조사, 연구가 선행되어야 마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공개토론과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쳐 중장기적 정책기조를 확립하고 이
에 따라 구체적 방안을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한다.
4) 한편, 국민적 합의과정에서 또다른 측면에서의 직접 당사자인 노
동자나 노조의 동의가 필수적이고, 그 연후에 비로소 정당하고 합법적
절차를 통해 도입해야 한다.
2 - 3. 외국인노동자 정책의 구체적 내용
2 - 3 - 가. 노동허가제와 연수취업제
1) 최근 외국인력정책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으로는 독일형의 노동
(고용)허가제와 일본형의 기능실습제도를 본 뜬 연수취업제로 대별할
수 있다.
노동허가제는 일정한 조건하에 외국인력을 노동자로 받아들이는 방
법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국가간 쌍무협정을 통해 외국인력을 도입하
되, 독일 국내에서는 독일정부, 사용자 단체, 노조간의 합의를 통해 제
도운영하며 독일의 노동법관련규정을 전면적용하며 내외국인을 동등대
우하는 원칙을 지키고 노동조합에도 가입시키고 있다.
대만의 경우 92년 취업복무법 및 외국인 고용허가및 관리법을 개정
또는 제정 공포하면서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노동
자의 고용허가신청 이전에 반드시 국내근로자에 대한 구인광고를 내고
충원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하도록 규제하고, 외국인력에 대해서는 대만
국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고용주는 국내노동자
의 고용촉진과 고용안정을 위한 보험금 을 부담토록 하고, 또한 외국
인 출국과 사망에 따른 비용도 고용주가 부담토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단순.미숙련 노동력에 대해서는 외국인노동자 고용
법상의 노동허가제를 실시하고 전문.기술직종에 대해서는 이민법에 따
른 고용패스제로 대별하여 제도운용하고 있다. 한편 고용주에게는 외
국인 고용세를 부담시키고 외국인 고용비율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있기
도 하다.
연수취업제는 일본의 기능실습제를 본뜬 제도로 보인다. 최고 9개
월까지의 기술연수 후 최고 15개월까지의 기능실습을 시키는 방법인데,
기능실습 기간에는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관계법을 모두 적용시키고
있다. 기술연수기간도 실질적 기술연수가 가능토록 몇 가지 제한을 두
고 있다.
2) 우리 나라 현재의 제반 여건, 즉, 무분별한 외국인력도입은 곤란
하다는 점,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미 5-6만 명의 불법체류 외국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 또 산업기술연수생이 이미 3만명정도 도입되어 있
거나 도입되게 되어 있다는 점 및 이들의 인권침해 실태가 매우 심각하
고 또 중장기적 국익에 비춰 볼 때도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는 시
정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노동(고용)허가제를
축으로 하여 제도개선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2 - 3 - 나.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항
1) 가칭 외국인 노동자 보호법 을 제정해야 한다.
노동(고용)허가제를 축으로 하든, 연수취업제를 축으로 하든 지간에
제도개선의 기본방식은 외국인노동자 관련법률을 새로 제정함으로써 해
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현재 법무부 훈령, 노동부 예규 또는 중기
협 연수협력단의 외국인 산업기술 연수 협력사업 운용요령등의 방법으
로 운용되고 있는 것부터가 편법적 문제해결 방식이고 또한 제도 운영
에 있어 제반 근본적 한계가 존재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가칭 외국인
노동자 보호법 을 제정하여 원칙적으로 또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2) 노사공익 3자 구성되는 공익기관에서 외국인력도입과 관리를 주
관해야 한다.
노동허가제든지 연수취업제이든지 간에 외국인력도입관련업무를 반
드시 공익적 기관에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노사동수의 대표가
함께 참여하고 여기에 공익인사들이 함께 참가하여 노사공익으로 구성
되는 독립적 기관에서 주관하여야 한다.
현재와 같이 산업기술 연수생을 사용자 단체인 중소기업협동조합중
앙회에 계속 맡긴다든지 또는 유사 사용자단체에서 맡아서는 비슷한 유
형의 폐단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3) 국가간 쌍무협정을 통해 인력도입해야 한다.
정부간에 노동자의 자격, 고용조건 등과 기타 필요한 사항 등에 관
해 쌍무협정을 맺고 도입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이때에는 최소한
ILO규약 및 권고가 준수되어야 하고, 외국인노동자 인권보호에 발전을
기하는 방법으로 협정이 맺어져야 한다.
4) 상대국가의 국가기관이나 공익기관에서 인력송출을 담당해야 한
다.
현지송출기관의 횡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기업에게 인력송출을
맡겨서는 안되고 반드시 해당국가의 국가기관 또는 무료의 공익기관에
서 담당토록 해야 하며, 수수료 등에 있어서도 노동자부담이 되지 않도
록 강제되어야 한다. 이를 어기는 국가는 인력송출을 금지시켜야 한다.
또한 해외에서 모집광고할 때 표준문안을 주어서 그 내용을 포함하여
광고하게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참고로 ILO조약에서도 유료직업소개는 금지되어 있고 정부 또는 공
익기관에서 무료로 직업소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항공료나 기타비용은 초청기업쪽에서 부담하든지 또는 한국정
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보색될 필요가 있다(제 3세계 등에 무상원조하는
금액의 일부만 투입해도 가능할 것이다).
5) 노동법이 전면 적용되어야 한다.
취업연수생이나 불법체류 노동자라 할 지라도 근로의 실질관계에 있
어 이들이 사용종속 관계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 받는 관
계에 있으므로, 우리 나라 노동법상 이미 근로자 신분에 해당되고 제
반 노동관계법이 강제적용되어야 함은 우리 실정법 해석상 분명하기 때
문이다.
참으로 우리 대법원 판례는 공고 실습생도 근로자로 노동법적용 대
상이고(대법 87. 6. 9. 판결 86다카 2920호), 대학병원 전공의도 근로
자로 노동법적용 대상이라고(대법 89.7.11. 판결 88다카 21296호)판결
한 바 있으며, 또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도 노동법상 근로자 이고
노동관계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확정된 고등법원 판례(서울고법 93.
11. 26. 선고 93 구 16774호, 및 93. 12. 3. 선고 93 구 19995호 판결)
가 있다.
또한 고용허가제로 도입되는 외국인에게도 모두 노동관계법이 전면
적으로 적용됨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당국은 노
동법중 일부조항만 적용하겠다면 발표하고 있어 문제이고, 반드시 시정
되어야 한다.
6) 충분한 사전 언어교육과 적응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현재 국내에 있는 산업기술연수생들의 경우 언어교육이나 적응교육
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입국하여 무작정 산업현장에 배치되다보니 갖
가지 인권침해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주 요인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
는 작업능률에 있어서도 현저한 지장이 초래되는 실정이다.
참고로 60년대 서독파견 광부들의 경우 한국 내에서 2개월간의 언어
교육을 거쳐 현지에 가서도 3개월간의 언어교육과 적응교육을 거친 뒤
비로소 작업에 투입되었고 작업투입 후에도 상당기간 역할보조교육 과
정이 진행되었던 경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이 경우 언어교육후 언어
시험 합격자에 한해 취업이 허용되었다)
결국 노동허가제를 통해서든 연수취업제를 통해서든 도입되는 외국
인력에 대해서는 적어도 2-3개월 이상의 모국에서의 언어 교육과정을
거치고, 또 한국에 도착한 후에도 3개월 이상의 언어교육과 적응교육을
거치도록 법으로 강제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피할 수 있는 제
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 또한 작업능률의 제고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한국 내에서의 교육기간은 임금이 지급되
어야 한다.(독일의 경우도 임금이 지급되었슴)
7) 사업장 이동이 보장되어야 강제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업장 이동이 불가능한 제도로는 사실상 강제노동이 될 우려가 현
존하므로, 한국인 노동자와 같이 사업장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어야
마땅하고, 차별대우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다. 만일 전면적 이동이 당
장 시행하기 곤란하다면, 최소한 기업도산, 해고나 노동관계법 위반 및
사용자 측의 계약 위반의 경우 등이나 또는 계약기간(1년)의 도과후 계
약경신시에는 일정한 제도하에서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반드시 강구되어야 한다.
8)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구제 창구가 공공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현재도 중소기협중앙회 산하 산업기술연수협력단에 중재위원회를 두
어 중재하고 있지만 권리구제에 실효성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노동허가제나 연수취업제를 막론하고 노사공익 3자 구성되는
공익적 기구에서 권리구제기능을 담당하여 권리침해에 신속한 구제나
또는 고충처리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함이 합당할 것이다.
9) 귀국시 지원조치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여러 가지 사유로 귀국하게 될 때의 비용등 귀국 시에 발생하는 여
러 가지 문제나 귀국후의 직장생활에 관한 배려가 제도화될 필요가 있
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귀국을 촉진하는 인센티브의 역할도 하고 현지
에 진축한 한국기업의 원활한 인력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10) 기술연수제도를 존속시키려면 반드시 실질적인 기술연수 가 실
시되어야 한다.
현재 2일간의 교육이나 중소기협중앙회 개선 안의 1주일 교육 안은
기술연수 라고 할 수 없고, 실질적인 기술연수 가 중요할 수 있다.
특히 동남아 각국과의 차후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서도 기술연수 가 추
진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9개월간의 기술연수와 15개월간의
기능실습방식으로 절충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능 실습기간에
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도록 되어 있고, 기술연수도 1/3이상이 공부(座
學)기간이 되도록 강제하여 3개월간의 공부와 6개월간의 실무연수로 구
성되어 있어서(예외적으로 일정조건하에 1/4 또는 1/5까지 변경가능),
최소한의 실질기술연수가 가능토록 제도화되어 있는 것이다.
기술연수기간에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3. 노동운동의 대응방향
3 - 1. 대응의 기조
3 - 1 - 가. 외국인노동자 정책결정에 적극개입해야
이때까지는 외국인 노동자 정책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당사자인 일반
국민들과 직접 당사자인 한국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왔다. 그런데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상황은 외국인 노동자 정책
의 향방이 결정되는 시점이다. 종전과 같이 여기서도 계속 판이 잘못
짜이면 앞으로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상황은 더욱 악화될 위험이 농후하다.
따라서 노동조합에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단호한 방법으로 외국인노
동자 관련 정책결정에 개입해 들어가야 하고, 또한 이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도록 해야한다. 만일 계속 결정과정에 노동조합을 배제시키면
단호한 투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본다 중앙단위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외
국인노동자를 들여올 필요성이 있지, 얼마만한 숫자를 어떤 방식으로
들여오는지, 또 어떤 노동조건으로 들여올 것인지 등의 결정에 참가할
뿐 아니라, 각 개별기업단위에서도 단체협약을 통해 위의 사항들에 대
해 노사합의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3 - 1 - 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해야
외국인노동자 문제해결의 핵심적 방안은 외국인노동자들도 같은 노
동자로 파악하고 이들을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조직하는 길이다. 조직
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기업별노조 방식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의
조건에 맞는 조직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3 - 1 - 다. 노동조합이 외국인노동자 보호활동에 앞장서야
현재 외국인노동자 보호활동은 주로 종교단체나 민간의인권구조 활
동 단체에서 수행해 왔다. 그러나 근 10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노동자들
을 제대로 보호하기에는 이들 구조활동단체의 숫자가 태부족일뿐 아니
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는 노동조합에서 보호활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에서도 노동조합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보호활동을 적극 벌여 나가야 한다.
3 - 2. 조합원으로 조직화
3 - 2 - 가. 기존에 노조가 설립되어 있는 사업장의 경우는 외국인노
동자들도 기존 노조에 가입시키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고, 이의 전
제조건으로 일상적인 접촉공간이나 접촉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긴요할
것이다.
3 - 2 - 나.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대부분이 영세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관계로 노조가 설립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외
국인노동자들을 조직하는 효과적인 조직형태는 기업별 노조방식보다 지
역일반노조 또는 지역산별노조 방식이 될 것으로 본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불법체류외국인노동자들을 주로 지역일반노조 방식으로 조직하고
있고, 노동인권 침체가 있을 겨우 우선 지역일반 노조에 가입시켜 조합
원 자격을 확보한 후 고용주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쓰고 있다.
지역일반노조나 지역산별노조 방식은 한국인노동자들을 조직해서 운
영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데 주로 가장 큰 문제는 전문적활동가
의 확보와 재정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는 초기에는 상급단체나 노조 중앙에서 인력과 재정지원이 필수적으
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 - 3. 외국인노동자 보호활동
3 - 3 - 가. 우선 가장 시급히 수행되어야 할 일은 노동부의 산업기술
연수생제도 개선지침이라도 제대로 이행하게 만드는 일이다. 지난
2.14.노동부예규 258호로 외국인 산업기술 연수생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지침 이 발표되었고, 이 지침에 맞게 95.2.28.까지 기존 연수계약
을 고쳐 재 계약하도록 되었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1달 20일이 지난 현
재까지 지침에 맞게 재계약 된 곳은 한군데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
히 중소기협중앙회의 방침은 기존의 1년 연수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재계약하도록 하는 방침을 표명하고 있어서 정부지침에 정면으로 어긋
나는 방식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어서 연수생을 고용하는 업체에서도
이에 따라 위 지침을 묵살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으로서는 제반 사회단체와 연대하여 이 지침이라도
즉각 지켜질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하고 즉각적인 감시와 이행강제활동
에 돌입하는것이 긴요하다고 하겠다.
3 - 3 - 나. 단위 노동조합이나 지역별 협의체또는 연합체 및 노조중
앙에 외국인노동자의 고충처리나 상담창구를 상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언어.문화교육 및 의.식.주등 기본생활상태에 대한 모니터 활동과 개선
대책을 모색할 필요로 있다. 또한 동일노동동일임금원칙 및 노동조건의
적정성 보장활동도 수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노동조합에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한국의 노동법 및 노동조합
활동등에 대한 교육활동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3-3-다. 외국인노동자구조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나 종교단체와 적극 연
대할 필요가 있다.
영세.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대다수 외국인 노동자의 특성상 초기에는
노동조합만으로는 보호활동을 벌이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시
민단체나 종교단체와 함께 지역 단위활동 공간을 만들고 활성화하는데
노동조합이 기여해야 한다. 참고로 이와 관련하여 몇가지 사항을 정리
해 보자.
우선 첫째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구조 단체나 모임이 절대 숫자
에서 부족하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9만-10만명에 달하는 외국
인 노동자의 숫자에 비해 상담등 구조활동을 하는곳은 20-30군데를 넘
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각 지역 단위로 훨씬 많은 숫자의 인권구조 단체나 모임이
형성되고 활동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내용은 상담활동은 기본으로 하여야 하
지만, 그외에도 구성원의 특성이나 제반 여건에 맞게 구조 활동을 특화
시켜 진행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셋째로, 구조활동을 함에 있어 반드시 노조나 종교의 틀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각 종교단체단위로 구조
활동하는 상담소 등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교회공식기구로 사업이
진행되다보니 연대활동 등에 여러 가지로 제약요인도 많이 있는 것 같
다.
또한 외국의 경우는 종교단체별로 단위로 인권구조 단체나 상담소를
만들지 않고 각 지역 이나 지구단위로 연합해서 상담소나 모임을 만들
어서 그 속에는 신부, 수녀, 목사, 스님 등 종교인, 교수, 변호사, 의
사등 전문인, 자영업자나 일반 직장인 및 시민, 노동자, 학생, 주부 등
이 다양하게 참여하여 구조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기도
하다.
결국 넓은 의미의 지역 사회활동이나 시민운동의 차원으로, 또한 자
원 봉사활동의 차원으로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교회나 사회단체
방식만이 아니라 교회나 사회단체에서 장소나 또는 재정을 일부 지원해
주고 나머지는 활동단위나 모임 자율적으로 운영해나가는 방식이 더 효
과적일 수도 있다고 본다.
한편, 상담활동외에 활동이 긴급히 필요한 영역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대피소나 피난소 등이 각 지역이나 지구별로 필요하다. 외국
인노동자들의 인권침해시 탈출해 나오더라도 있을 것이 없어서 난감한
경우가 많으나 현재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
찬가지다.
다음으로, 의료서비스제공 활동이다. 특히 자원봉사할 의료인들이
주도적으로 참가하거나 인력이 확보되면 매우 긴료한 활동이 될 것으로
본다.
공공장소 등에 진료소를 차리고 일요일 오후등에 진료 활동을 하면
매우 도움이 될 것이고, 이런 종류의 활동은 많이 생기면 생길수록 좋
다고 본다. 진료소운영에 필요한 약품대등 운영경비는 따로 모금을 하
든지, 당사자들에게 약간의 실비(1인당 1,000원 -2,000원 정도)를 받는
다든지 또는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제도를 확립하여 사적보험 형태로
운영하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로, 외국인노동자들에게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대한 강습을 실
시하는 것도 매우 유용한 것으로 본다. 언어소통의 난점이나 문화적 차
이 때문에 파생되는 불필요한 낭비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네번째로, 든든한 후원회를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적 능력이
있는 사람은 전문적 능력으로, 시간 할애가 가능한 사람은 시간을 투여
해서, 시간이 안되는 사람은 약소한 금액이나마 후원금을 내는 방법으
로 광범한 사람들의 참여를 가능케 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실제 구조
단체의 활용비용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노동자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연대활동이 필요하다. 다
른나라의 활동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크게 도움이
되고 또한 송출업체의 문제점 개선이나 또는 국제적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에도 국제연대방식은 효과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4. 결론
외국인노동자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론적으로 구명해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한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행동을 함께 조직해 나
가면서 현실을 개선해 나가는 것도 매우 의미있다고 본다. 학자들도 이
전 사회적 행동의 실천에 동참하면서 또한 학문적 방법으로 기여하는
방식이 병행되는 것이 더욱 올바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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