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철도,지하철파업과 상반기임투(박석운/노동정책연구소장/1994.7) |
1. 들어가는 말
6.27로 예고된 철도.지하철의 동시파업 개시일을 4일 앞선 6.23 새
벽 전국 기관차 협의회 농성장에의 경찰 투입으로 촉발된 전국의 철도.
지하철 총파업과 연이어 진행된 전국 각 사업장의 연대파업이 뜨거운
초여름의 날씨를 더욱 뜨겁게 전국을 달구었다.
1주일만인 7.1.부터 철도.지하철은 정상운행되었고, 부산의 한진중
공업, 광주의 금호타이어, 대구의 대우기전 등 전국 각 사업장에서 오
전 진통끝에 쟁의는 표면상 해결되어 나가고 있지만, 중요사업장인 울
산의 현대중공업에서는 회사측의 직장폐쇄조치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
동위협에 맞서 노조원들이 결사항전의 자세로 맞서고 있고, 또한 7.20.
현재 전국 90여개 노조에서 투쟁을 계속하고 있어(파업 24. 쟁의행위
찬반투표완료 19. 쟁의발생신고 47) 여전히 가파른 대결국면이 지속되
고 있다.
이 글에서는 철도.지하철 파업이나 올해 상반기 임투의 종합적인 점
검과 평가를 진행하기보다, 짧은 글이니만큼 태풍의 눈이었던 철도.지
하철 파업과 관련된 몇가지 쟁점사항을 주로 살펴보고 덧붙여 상반기
임투의 대략적 양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2. 철도.지하철 파업
가. 철도.지하철 요구사항과 파업의 원인
1) 이른바 1주일 이상 전국을 떠들석하게 만들며 이른바 "교통대란"
이 일어날 정도로 심각했던 철도.지하철 파업이었지만, 정작 노동자들
요구사항은 놀랄 정도로 단순하고 당연한 것일 뿐 아니라 우리 실정법
상 자동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내용이어서 엄밀히 말하면 그들의 요구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전기협노동자들의 주요요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여 변형근로를 철
폐하고 휴일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제2조에서 "이 법에서
정한 기준은 최저기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철도청측은 공무원 복무규정, 공무원 보수규정등에서 " 그 기관의
장의 소속장관의 승인을 얻어" 근무시간을 정하되 " 예산의 범위안에
서" 수당을 지급토록 규정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나 설득력
이 없다.
법을 따지기 이전에 국가에서 "사실상 노무"를 시키면서 근로기준법
이 정한 최저기준조차 준수하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스스로 법정 최저기준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민간기업더러
근로기준법 준수를 얘기하고 법 위반 시 처벌할 수 있겠는가 ?
또한 위 규정 자체가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또한 현업공
무원의 경우 일반 공무원과 달리 국가의 사경제적 작용을 위해 고용된
것을 고려하더라도 일반 노동자와 구분해서 취급해야 할 아무런 합리적
근거없다.
철도청측은 장거리 운행하는 철도의 특성상 변형근로는 불가피하다
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전이나 대구 등 중간 기착지에서 교대해서 승무
한다든지 3조 2교대나 4조 3교대로 근무를 편성한다면 근로기준법 준수
는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실제 서울 지하철의 경우도 종전에는 철도청
과 같이 장시간 근무하였지만, 몇년전 근무편성을 변경한 사실이 있
다.)
장시간 근무로 인한 대형 철도운행사고 발생우려가 있는 만큼 승객
들의 안전과 교통복지 차원을 고려하더라도 그러하다.
한편, 지하철 노동자들의 요구도 정부의 일방적 임금가이드라인 철
폐와 기존의 합의사항을 이향하라는 것이다. 사실 이때까지 지하철 노
조측은 임금교섭다운 임금교섭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정부에서 임
금 인상억제를 위해 정한 임금가이드라인에 따라 도장을 찍느냐, 아니
면 간부들이 감옥가느냐의 기로에 서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 판박이
임금인상의 연속행진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
| | 88| 89| 90 | 91 | 92 | 93 | 94 |
+--------------+----+----+-----+--------+------+-------+--------+
|정부가이드라인| | | |기본급7%|총액5%| 총액3%|기본급3%|
+--------------+----+----+-----+--------+------+-------+--------+
| 물 가 | | | 8.6%| 9.3% | 6.2% | 5.8% | |
+--------------+----+----+-----+--------+------+-------+--------+
|지하철임금인상| 9 %| 9 %| 5.7%| 7 % | 5 % | 3 % | 3 % |
+--------------+----+----+-----+--------+------+-------+--------+
한편, 몇년전부터 이미 노사합의되어 있는 승진적체해소, 직위직명
문제 등의 사항을 합의대로 이행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 당위성을
재론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2) 과연 이번 철도. 지하철 운행중단사태가 불가피한 것이었는가.
운행중단은 예방될 수 없는 것이었는가. 또 사전에 대화와 타협으로 문
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인가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선 6.27.부로 파업이 예고된 상황에서 공권력
투입 2일전부터 전노대 지도부를 중심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노력이
집중된 사실이 지적될 필요가 있다.
6.21.경부터 전노대 지도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통한 문제해
결 노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표명을 하였으며, 실제 파국을 회피
하고 평화적으로 수습하기 위한 중재노력에 착수하였고 노동부당국과도
일정한 정도 교감이 이루어져 경찰투입 당일인 6.23. 낮에는 노동부장관
과의 교섭까지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각 신문보도 참조) 그
런데도 청화대와 정부내의 공안파들은 이런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
지 않았는지, 갑자기 경찰력을 투입하여 파국을 자초한 것이 사실이다.
만일 당시에 정부당국이 성급하게 경찰력을 투입하지 않고, 또 언론
에서 실질교섭과 대화에 의한 문제해결을 여론을 조성하였더라면, 파업
은 회피되고 평화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을 훨씬 높았다고 본다. 특히 철
도. 지하철 운행중단으로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또 국민경제적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던 터에 정부당국이 사태해결을 위한
이런 정도의 노력조차 쉽게 포기하고 강경일변도로 치달은 것은 상식적
으로는 이해되지 않고 정부당국이 "또다른 숨은 목적"을 추구했던 것은
아닌가 라는 강한 의문을 갖게 된다.
즉, 철도.지하철 파업시 불편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될 테니
이를 업고 강경진압함으로써, 거세게 일고 있는 전국 각 노동현장의 임
투분위기를 일거에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파업을 사실
상 촉발시킨 것은 아닌가 라는 일부의 관측이 그것이다. 만일 그러하였
다면 정부당국이야말로 "시민의 불편을 담보로 잡고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간 책임"을 도저히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나. 몇가지 쟁점
1) 정부와 언론은 노동자들이 "불법파업"을 했다는 것을 비난의 주
요근거로 삼고 있는데, 정부당국의 불법연행은 제대로 문제되고 있지
않다. 경찰투입 당시 전기협 소속 노동자들은 근무 비번 시간에 돌아가
며 농성하고 있었을 뿐으로, 합법적 행동을 하고 있었는데, 경찰측이
구속영장도 없이 무더기로 강제연행하여 자동적으로 열차운행이 중단된
것이다.
정부측의 강제연행은 형법상 직권남용에 의한 불법 체포감금 및 교
통방해죄에 해당되고 또한 철도법상 철도직원의 직무집행방해죄에도 해
당되는 범죄로서, 강제연행 다음날 각계 인사 47인이 내무부장관, 교통
부장관, 철도청장 등을 고발한 바 있다.
또한 정부당국은 어차피 6.27.에 불법파업을 하게 되어 있으므로 시
민들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하여 미리 단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
장할 것이나, 우리 실정법상 어불성설이다. 이런 주장은 마치 일제시대
에 악명높던 치안유지법의 "예비검속"을 연상케 하는 논리로서 민주국
가에서는 있을 수 없다. 일제시대의 예비검속 논리가 "저 사람은 독립
사상을 갖고 있으므로 지금 당장은 아무 행위도 하지 않고 있지만 반드
시 독립운동을 할 것임이 틀림없으므로 예방차원에서 미리 구금해 놓
는다"는 식이었는데, 반세기전의 논리와 어떻게 그리 똑같은가 ?
그런데도 정부당국이나 대다수 언론에서 정부당국의 불법에 대해서
는 한쪽 눈을 감고, 다른 쪽으로는 노동자들의 절차적 불법만을 강조하
며 엄벌을 주장하는 것은 "법집행의 이중잣대"로서 아무런 설득력을 갖
지 못하고 법질서의 권위를 스스로 허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 정부와 언론에서는 전기협이 불법단체 또는 임의단체라고 했는
데, 사실과 다르다.
철도노조는 전국에 수십개의 지부가 있는데 이들 중 20개 지부가 모
여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 전기협이고 전기협은 헌법상 노동단체임이 분
명하다. 그런데도 불법단체 또는 임의단체라니 문제다. 비유하자면 국
가에서 중앙정부만 합법이고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이 모여 협의체를 구
성하여 의견을 내는 것을 불법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3) 정부는 "전노대 측이 제2노총 건설을 위해 정치투쟁을 선동하여
이번 사태가 발생했으니 엄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노대가 연대투쟁을 하면 강력탄압받고 지도자들이 구속,
수배되어 조직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고 제2노총 건설도 무산될 것
인데, 제2노총 건설과 연대투쟁을 연결하는 것이 이치에 닿지 않는다.
또한 북핵위기 상황에서 또 정부가 엄단방침 표명을 하고 있었던 상
황에서 실시된 파업찬반투표에서 철도 3사 노동자들은 모두 90%가 넘는
찬성표를 던졌다.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철도노동자들의 인간답게 살겠다는 열망이 모아져서 불가피하게 파업결
정을 내린 것을 조종과 선동에 의해 파업이 결정된 것으로 몰아부치고
있다. 이렇게 원인진단이 잘못되었으니 처방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4) 정부측은 서울 지하철이나 부산지하철의 경우 파업직전에 직권중
재에 회부되어 중재재정이 내려져 있으므로 쟁의 자체가 불법이라며 강
경탄압으로 일관했다.
노동쟁의조정법 제 30조 및 제 31조의 직권중재 조항은 지난 6월 30
일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노동자의 단결권이나 단체
교섭권을 침해하는 조항으로 인정되어 개정권고를 받은 대표적 악법조
항이고 위헌적 조항인데, 이 조항을 계속 남용하는 것은 당사자간의 성
실한 단체교섭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셈이 된다.
ILO권고에서는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이른바 "필수서비
스", 예를 들면 병원, 보건의료기관의 경우는 단체행동권에 일정한 합
리적 제한을 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철도, 지하철, 방송, 통신사
업등의 경우 이런 "필수서비스"이 해당되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심하게는 서울지하철노조의 경우 노사간에 매년 교섭이 진행될 때
바로 노동위원회측에서 직권중재재청서를 들고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지경이어서 노조로서는 공사측의 요구를 굴욕적으로 그대로 수락하든지
아니면 불법파업이라도 해서 이에 저항하든지 양자택일하도록 강요되는
상황이니 성실교섭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5) 정부와 대다수 언론들은 전기협 소속 조합원들이 모두 국가공무
원이니 노동쟁의조정법상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전기협의 쟁의는 불
법쟁의라고 주장하지만, 위 쟁의금지조항은 이미 작년 3월 헌법재판소
에서 헌법 불합치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 88년 철도기관사들의 특별단체교섭 추진시 구속된 노동자사건
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 위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였
는데, 93.3.11. 헌법재판소는 모든 공무원의 쟁의행위를 금지한 노동쟁
의조정법 제12조 제2항은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1995.12.말까지 위 조항을 헌법에 합치되도록 개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
정을 하였다.(헌재 93.3.11. 88헌마 5 결정)
따라서 위 조문만으로 불법쟁의 운운하며 일방적 비난만 퍼부을 문
제가 아니라고 본다.
다. 문제의 해결방안
1) 철도.지하철은 정상운행되고 있지만, 철도청이나 서울지하철 공
사측은 이번에야말로 완전항복을 받겠다는 자세로 대량징계의 칼을 마
구 휘두르고 있다. 현재 구속자가 32명, 수배자가 48명에 이르고 있고,
철도청측은 총 2,000여명, 서울 지하철공사측은 총 3,000여명을 징계하
겠다고 하며, 수백명을 직위해제시키면서 대량징계를 펼치고 있고, 또
한 서울지하철공사측은 노조와 노조간부를 상대로 총 40억원의 손해배
상청구를 진행하는 등 다각도의 고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한편으로 전기협 지도부는 조계사에서, 또 서울지하철 노조지도부는
명동성당에서 결사적인 농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용자측이 계속 대화
를 거부하고 대량배수진을 치고 있다.
1주일 이상 온나라가 떠들썩하며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큰 불편을 겪
었고, 철도. 지하철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대로 엄청난 희생을 겪게 되었
지만, 이번 분쟁의 원인을 차분하게 짚어보고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해
보는 진지한 노력은 거의 없는 것같다. 대신 군대식 강경진압과 보복일
변도의 접근방식만 난무하고 있어 노사간, 또 노정간의 감정의 골만 깊
어지고 문제는 계속 온존해있는 실정이다. 이런 식이라면 지난 88,89년
의 철도, 지하철 파업 이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억눌려오다가 5-6
년 뒤에 이번 철도.지하철 대파업으로 증폭되었듯이, 또 얼마후에 더욱
큰 대형분규로 폭발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셈이다.
노동쟁의가 힘으로 윽박질러 해결되는 것이라면, 아마도 지난 유신
독재시절이나 5공시절에 노동운동이 모두 없어졌을 것이다. 강력하게
억누르면 용수철은 더욱 세게 튀어오르고 갈등은 증폭되어 극한적 투쟁
으로 되살아나게 마련이라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실질 당사자간의
대화와 교섭을 통한 분쟁과 갈등의 제도적 해결원리가 모든 노력의 출
발점이 되어야 한다.
2) 철도노조의 경우, 앞에서도 보았듯이 이른바 "서류단협"을 하고
임금 및 단협사항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처리하고 있고, 철도청등은 전
기협측과는 아예 대화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어, "대등한 당사자로서의
노동조합",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통한 임금협약, 단협체결" 등으로 표
상되는 노사간의 기본틀조차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 셈이다.
한편, 철도노조 내부운영의 민주화, 특히 대의기관이나 임원선출과
정의 적법성확보 등이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의 전제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임원 직선 또는 조합원의 직접, 비밀, 무기명투표에 의한 대의
원 선출) 그렇지 않다면 전기협이 당사자로 인정되거나 적어도 노동조
합법 제3조 5호 유일노조 강제조항(복수노조 금지조항)을 ILO에서 권고
한 대로 폐지하여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대변자 또는 대변조직으로 선택
한 조직과 실질교섭, 실질대화의 장을 여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이나,
현업공무원들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입법을 촉구한 헌법재판소의 결
정대로 법이나 대통령령을 개정하여 헌법에 맞는 제도를 완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3) 서울지하철의 경우, 공사측이 교섭의 자율성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지방공기업법이나 서울시 조례 및
지하철공사 정관에도 사업계획이나 예산 및 급여에 대해 서울시장의 승
인을 받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슷한 성격의 정부투자
기관 관리기본법에는 예산이나 보수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감독관청
에 보고토록 되어 있어 일정한 경영자율권이 보장되어 있는 것과도 비
교된다.
결국 지방공기업법이나 서울시조례 및 정관의 개정을 통해 공사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이후 노사간의 성실교섭을 통해 노사간의 현안이
해결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4) 이번 철도. 지하철 파업과정에서 보수언론이 사실왜곡과 강경진
압에 앞장섰고, 주장의 근거로 시민들의 불편만 무조건 강조하였던 점
이 특징적이었다.
이런 언론의 편파적 태도는 사태를 왜곡시키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
할을 하였는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론재벌의 사적 기관화된 것
을 극복하기 위한 "바른 언론세우기"나 관료의 철도.지하철에서 "시민
의 철도. 지하철 만들기"와 같은 책임없는 시민운동이 긴요하다고 본
다.
3. 상반기 임투
가. 전국적 임투상황
7.20. 현재 통계로 잡힌 전국적 임투상황은 다음과 같다.
+--------+--------+--------------+--------------+---------------+
| |사업장수|교섭시작 비율|타결 비율 |교섭중인 비율 |
| | |사업장수 |사업장수 |사업장수 |
+--------+--------+--------------+--------------+---------------+
| 전체 | 1150개 |903개 78.5 %|618개 53.7 %|285개 24.8 %|
|제조업 | 546 |499 91.4 |369 67.6 %|130 23.8 %|
|비제조업| 575 |380 66.1 %|230 40.0% |150 26.1 %|
+--------+--------+--------------+--------------+---------------+
+--------+-------+--------+------------+--------+--------+-------+
| | 사업장|쟁발신고|쟁의행위찬반|파업중 | 타결액 |타결 |
| | 수 |사업장수|투표사업장수|사업장수| | 인상율|
+--------+-------+--------+------------+--------+--------+-------+
| 전 체 | 1150개| 47 개 | 19 개 | 24 개 |49,807원| 10.4 %|
| 제조업 | 546 | 22 | 10 | 18 |48,953 | 10.5 %|
|비제조업| 575 | 23 | 9 | 4 |56,736 | 10.3 %|
+--------+-------+--------+------------+--------+--------+-------+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제조업이 비제조업(사무.전문직 등) 보다 타결
비율도 높고 임금인상률도 높다는 점이다. 전체로는 타결사업장 비율이
조사대상 사업장의 53.7%이지만 교섭시작 사업장(903)개 기준으로는
68.4 %에 이르는데, 제조업의 경우는 전체조사대상사업장 기준으로
67.6%의 사업장이 타결되었고 교섭시작 사업장(499개) 기준으로는 73.9
%에 이르고 있어서 제조업의 임금투쟁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임금인상률도 노총,경총 합의선인 5.0 - 8.7 %의 가이드라인을
돌파란 사업장 수가 2/3가 넘는 69.9 %에 이르고 있어 노총,경총 합의
의 기초가 무너졌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작년 7월말 현재 임금인상액
38.735원(8.5 % 인상) 수준과 비교해봐도 올해는 49.807원(10.4 % 인
상)이므로 훨씬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이 쟁취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
다.
나. 폭력적 탄압과 정면 맞대응
1) 작년에는 이른바 "문민정부"라는 김영삼 정권 초기이기도 하여,
표면상으로는 공권력이 나서지 않고 노사자율해결을 기치로 내걸은 탓
에 폭력적 탄압양상은 1-2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철도. 지하철 파업 전후해서, 한진중공업, 금
호타이어, 대우기전 등에 무차별 경찰투입이 강행되었고, 노조는 노조
대로 LNG 운반선 위에서 한진중공업 노조의 장기항거, 장기파업, 굴뚝
위에서 대우기전 노조간부의 결사항전등에서 보듯이 처절한 항쟁을 강
행하였으며, 도한 직장폐쇄나 긴급조정위협에 맞서 현대 중공업노조는
"바다속의 궁전"(LNG운반선)이나 "구름위의 다리"(골리앗크레인)에서
의 항거를 준비중인 상태이다.
결국 '94 상반기 임투를 계기로 김영삼 정권은 이른바 "문민정부"의
너울을 벗어던지게 되었고, 합리적 노동정책의 파탄을 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6.27. 연대파업과 관련하여 대우조선 노조의 투쟁실패가 지적될
필요가 있다. 일부 언론의 과장보도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대우조선
노조의 조직기반이나 투쟁력의 기반이 상당부분 훼손된 상태가 확인된
것이다. 이는 지난 2-3년간 주로 일본식 노무관리 기법을 도입한 회사
측의 집요한 공작에 대해 노조측이 정책적, 조직적 대응을 소홀히 한데
서 그 원인이 있다고 보이고, 이른 바 자본측의 "신경영전략"등에 대한
노조측의 심도있는 대응책 수립이 우리 노동운동의 당면과제로 된 것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었다.
3) 그 외에도 언론을 통한 이데올로기 공세등의 노동통제 전술은 종
전보다 더욱 강화되었고, 특히 법적, 제도적 탄압이 보다 정교하게 강
화된 점이 특징적이다.
쟁의에 대해 노조 및 노조간부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가 유행
이 된다든지, 또 인사.경영관련사항을 단체교섭에서 성역화하는 등의
전천후 노동통제전술에 대해 노동조합 진영이 올바른 대응책을 마련해
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4. 결
지난 군사독재시대에는 보수야당. 중간층. 노동자. 농민 할 것없이
모두 군사독재권력에 의해 억압되면서 상대적으로 함께 싸우는 분위기
였다.
그런데 이른바 "문민적 정부" 시대가 되면서 보수야당. 중간층등에
상대적인 활동공간을 제공하면서 대신 노동자. 농민들은 보수야당이나
중간층으로부터 고립된 채 집중탄압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
종전 군부에서 재벌로 권력의 중심이 옮겨가게 되면서 자연히 재벌
의 이해관계에 좇아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가중되는 구조적 원인도 있
는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판을 넓혀서 고립무원의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구체
적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제반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이루기 위한 이
른바 "시민적 과제"에 노동자들이 앞장서는 데서 돌파구가 열릴 수 있
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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