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정리해고관련 논란에 대한 법적 검토 : 자료(98.9.7) |
** P&A 라도 고용승계 안되는 것 아니다 **
박 석운(노동정책연구소장)
금융감독위원회는 29일 5개 은행의 퇴출을 발표하면서 밝힌「P&A」
(Purchase of Assets and Assumption of Liability, 이른바 자산구입,부채
인수)방식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현란한 '사기수법'의 핵심적 수단이 되어
버렸다.정부 당국은 일반 대중들이나 비전문가들이 잘 모르는 생소한 용어
를 써서 P&A방식은 원래 고용승계 안되는 방식이라고 발표하였고, 우리나라
실정법 체계를 잘 모르는 제도언론 등에서는 전문가들에게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채 정부에서 주는 보도자료들을 그대로 지면에 옮겨 놓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일반 독자들은 마치 법적으로 고용승계가 안되는 것이 당연
한 것처럼 잘못 믿게 만들고 있다.그런데 미국 같은 곳에서는 M&A(인수, 합
병)나 P&A(자산구입,부채인수)를 구분하여 취급할지 모르지만, 실정법 체계
가 다른 우리나라의 경우는 M&A나 P&A 같은 용어로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 실정법(상법 등)에서는 법인체의 '합병, 분할'이나 영업의 '양도,양
수'라는 개념으로 규율하고 있을 따름이다.
또한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 14조 제2항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일
정한 경우 '계약이전'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계약이전시
고용을 승계하지 않는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P&A방식으로 처리하면 종사 노동자들의 고용이 승계되지 않는다고 단
정할 수 있는 실정법상의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이번 5개은행의
퇴출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를 우리 실정법에 근거하여 해석한다면 어
떻게 될까?
이번에 금감위가 5개은행의 예금(부채)과 대출(자산) 등을 5개 인수은행으
로 계약이전시킨 것은 전형적인 '영업의 일부 양도, 양수'사례에 해당된다
고 보아야 한다. 영업의 전부 양도,양수 시 뿐 아니라, 영업의 일부 양도,
양수 시에도 일단 고용승계가 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
근로기준법상의 정리해고 요건에 해당된다면 근기법에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정리해고할 수 있음은 별도의 문제이다. 결국 금감위가 고용승계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다고 할지라도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주장에 불과하
고, 근로기준법 등에 따라 적법하게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이와 관련한 판례를 살펴보면 "영업양도 당사자 사이에 근로관계의 일부를
승계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따라 근로관계
의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이러한 특약은 실질적으로 해고
와 다름이 없으므로 근로기준법....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유효하며,
영업양도 그 자체만을 사유로 삼아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1994.6.28.선고 93다33173
판결 ; 대법원 1992.7.14.선고 91다15225 판결 ; 대법원 1991.11.12. 선고
91다12806 판결 등)고 하고 있다.
이런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건 계약이전으로 인한 고용불승계조치는
실정법에 위반되는 위법부당한 정리해고라고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최근의 유명한 사례인 이른바 '자산매매계약'방식의 포철에 의한 삼미
특수강 노동자 위장정리해고사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사실상 영업의
일부 양도,양수로 보고 고용승계로 판단하고 구제명령을 내린 경우를 상기
할 필요가 있다.
당시 포철 측은 계약서상으로는 자산만 일부 인수하고 부채나 노동자를 일
체 인수하지 않는다는 방식으로 계약하였는데도 중노위에서는 실제 내용이
영업 양도,양수에 해당된다고 보고 고용승계된다고 판단하였는데, 이건 사
례는 자산만이 아니라 부채까지 인수하고 있는 등 제반 사정으로 볼 때 삼
미특수강 사례보다 훨씬더 영업의 일부 양도,양수에 가까운 사례임이 분명
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정부당국은 위법하고 또 무리하게 고용불승계를 고집하여 가뜩이나
불안한 민심을 어지럽히면서 일파만파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 아니라, 고용
승계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또 기왕에 구성된 노사정위원회에서 고용대책에
대한 충분한 검토,조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금융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마땅
하다.(FAX신문 노동조합정보 369호, 1998. 6. 3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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