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업종전문화등 경제구조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약 추진되어야(박석운/노동정책연구소장/98.2.12) |
이 글은 98년 2월 11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글로서,
한겨레 신문 편집상 많은 부분이 잘려나가 그 원본을 게재한 것입니다
<업종전문화등 경제구조개혁을 위한 사회적협약이 추진되어야>
박석운(노동정책연구소장)
중복투자된 업종들을 재벌그룹 상호간에 또는 다자간에 교환하여 업종전문
화체제로 전환시키는 이른바 「재벌간의 빅딜」추진은 오늘날의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재벌개혁, 경제구조개혁의 필요조건 중의 하나이지만 충분조건
은 아니다.
재벌들의 족벌경영, 차입경영 및 문어발 경영에 의한 중복과잉투자의 결과
조성된 부실경영이 금융기관을 사실상 망하게 하고, 나라경제까지 결딴나게
만들었다는 이번 경제파탄의 주요 원인중 하나를 제거한다는 차원에서도
「빅딜」을 통해 중복과잉투자체제를 해소시켜야할 당위성과 필요성은 새삼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다만 문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가이다.
재벌그룹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해봤자 소나기만 피해보자는 심사로 하는 시
늉만 할 것임이 분명하다. 또 전경련등 경제단체에게 맡기는 것도 곤란하
다.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과정에서도 입증되었듯이 무원칙한 재벌나눠먹
기로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지난시절처럼 정치권이나 경제관료들이
주도하여 교통정리하는 방식도 바로 그런식의 일 추진이 경제파탄이 초래된
주요메카니즘이 되었다는 점에서 오류의 확대재생산으로 귀결되게 마련이
다.
결국 일정한 업종전문화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이를 기준으로 자율적인
「빅딜」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공정하고 유효적절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는 것이 일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
는데, 이를 위해서는 주요 경제주체인 노사정과 독립적인 전문가그룹을 축
으로 하는 공익파트까지 참가하는 「사회적 기구」에서 관련 당사자와 충분
한 의견조율과정을 거쳐 가이드라인을 만드는게 타당하다고 본다.
이렇게 구성된 「사회적 기구」에서 「빅딜」의 가이드라인을 포함하여 재
벌개혁등 전반적 경제구조 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약」을 도출하는 방식이
핵심해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적 천민자본주의의 속성에 중독되어 합
리적인 재별개혁을 거부하는 그룹에 대해서는 금융상의 불이익이나 정책사
업추진에 있어서의 불이익 조처 부과등 적극적 경제정책의 구사가 필수적이
다.
한편, 더욱 과중되는 경제력 집중문제나 고용문제등 재벌그룹간의 「빅딜」
로 인해 유발될 부작용도 심각하므로 이에대한 적극적인 보완조처가 긴요하
다.
우선, 「빅딜」을 통해 조성되는 독과점의 심화에 따른 각종 폐단이나 경제
력 집중에 따른 통제불가능한 공룡의 탄생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이 문제
는 재벌이나 대기업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지우면서 공정한 경쟁을 촉진한
다는 국민경제적 입장과 사회공익적 입장에서 공정한 사회적 제약을 가하는
장치, 즉 경제민주화와 경영민주화를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치를 통
해서만 비로소 보완가능할 것이다. 특히 국내적 독과점의 강화로 인한 시장
경쟁을 통한 견제시스템의 작동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짐에 따라 경영참가
제도의 획기적 강화를 통한 내부의 견제시스템 구축의 문제가 핵심수단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빅딜」과정에서 촉발될 고용문제에 대한 대책을 소홀히 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의 낭비와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위험이 현존한다. 서구
와 달리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량적조정
을 중심으로 고용조정을 시도할 경우에는 사회적 갈등의 폭발과 국제적 신
인도의 추락 등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노동시간 감
축, 적극적 능력개발훈련 및 배치전환등의 질적인 조정방식으로 또한 완충
지대를 설정하는 방식을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오늘날과 같은 중복과잉투자를 가능하게 한 재벌경영구조의 개혁과 잘
못된 경제이론의 극복없이는 제2,제3의 경제파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즉, 노쇠한 재벌총수나 2,3세 세습경영진들의 퇴진과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
고 전문경영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나 규제완화 운운하며 중복과잉투자에 대
한 경제정책적 통제조차 방기해버리고 종금사의 무더기 허가등으로 경제파
탄을 초래하고도 한마디의 반성하는 글조차 나오지 않는 무책임한 경제이론
의 극복없이는 경제구조개혁이나 이를 통한 경제파탄 재발방지는 헛된 구호
에 그쳐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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