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조선일보의 깽판 사설과 칼럼(열린세상20호/2003.6.30) |
조선일보의 '깽판' 사설과 칼럼
- 허위 왜곡으로 진실을 감춘 조흥은행 파업보도
박 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노동인권회관 소장
지난 6월 19일자 조선일보에는 조흥은행 노조 파업과 관련하여 논지가 다소 엉뚱한 내용의 칼럼 <'깽판'쳐야 들어주는 정부>(문갑식 사회부차장대우)와 사설(<'朝興 파업' 解法은 법과 원칙뿐>)이 게재되었다. 그러나 이 칼럼과 사설은 허위사실에 기반하여 쓰여졌고, 또 그 논지도 자체 상반되고 있다.
사설은 조흥은행 노조가 파업에까지 이르게 된 원인을 "그 동안 정부가 민주노총의 과격투쟁에 계속 밀려온 탓에 상대적으로 온건노선을 걸었던 한국노총이 설자리를 잃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 칼럼은 "민노총 출신이 권력주변에 진입한 게 이번 파업의 원인은 아니겠지만 진짜 '대화'와 '타협'을 하려고 했던 한국노총을 자극했던 것만은 분명"하다고 하면서도, "조흥은행 문제를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 놓고는 뒷부분에 가서 "누구에게는 강하고 누구에게는 약하다는 소리도 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 스스로 목소리 크고 집단행동에 나서면 대화와 타협을 앞세우고 온건하고 합리적인 주장에는 법과 원칙을 내세우지 않았는지 반성해 봐야 한다"고 사실상 결론 삼아 서술함으로써 앞문장의 주장과 상반되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 즉, 글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누구(한국노총)에게는 강하고 누구(민주노총)에게는 약하다는 소리를 듣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든지 또는 "목소리 크고 집단행동에 나서면(민주노총) 대화와 타협을 앞세우고, 온건하고 합리적인 주장(한국노총)에는 법과 원칙을 앞세우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라고 해석되는 바, 결국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인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에 대해, 정부가 법과 원칙을 앞세우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하고 또 강한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는 듯이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바로 앞에서 "조흥은행 문제를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상반되는 논지를 펼친 셈이 되는 것이다.
또 이날의 위 칼럼과 사설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이간질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인지 모르지만, 이번 파업의 원인 분석을 하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마치 현정부의 민주노총에 대한 우대정책 때문에 이번 파업이 발생한 것인 양 전혀 엉뚱하게 '작문'하고 있다. 그러나 조흥은행 파업은 민주노총에 대한 우대정책 때문에 설자리를 잃은 한국노총이 파업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얼치기 경제관료들이 주도하는 오락가락 하는 '억지춘향식 구조조정' 정책 때문에 발생한 것임은, 기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어렵지 않게 확인되는 일이다.
객관적인 사실만 나열해 보더라도, 3년 전인 2000년 11월 8일 은행경영평가위원회에서 조흥은행을 '독자생존 조건부 가능은행'으로 판정했고, 피나는 자구노력 결과 경영상황이 호전되어 2002년 4월9일에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조흥은행은 적기시정조치 기본요건을 충족하고 대부분의 경영개선 목표를 달성'하였다고 하여 적기시정조치를 해제하여 독자생존이 가능한 은행으로 인정하였던 사실이 확인된다. 그러다가 정권말기에 느닷없이 기존 방침을 180도 수정하여 일괄 매각을 추진하였던 것이 일차적인 정책 혼선으로 되었다.
객관적 사실이 이러할진대, 위 칼럼에서는 "1차적으로 노 대통령 스스로 이 문제에 개입해 조흥은행과 노총에 오해를 살만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기재함으로써, 이미 이전 정권의 말기에 조흥은행의 진로와 관련한 정책 혼선이 발생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은폐, 왜곡하고 있다.
그리고 이 칼럼과 사설은 경제관료들이 실사금액을 하향조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3월말 재실사를 마쳤을 당시 신한회계법인이 추산한 조흥은행 주당 최저가격은 7800원대로 확인됐다. 그러나 4월 16일 신한회계법인 실사결과 공식설명회에서 조흥은행 주당 최저가격은 5788원으로 조정됐다. 보름 사이에 2000원의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주당 100원 차이가 생겨도 680억 원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할 때 2000원 차이는 1조3600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다"라는 다른 언론의 보도내용 등과 같은 헐값 매각 시비나, 작년에는 금감위가 독자생존이 가능한 은행으로 발표했는데 얼마 안 있어서 정권말기에 일괄 매각하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정책방향이 선회한 내용 및 그 배경 등에 대해서는 깡그리 눈감고는, 태연하게 "조흥은행 매각은 경제적 논리로만 따지면, 시빗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정하는 무모함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조흥은행 매각이 경제논리로 따지더라도 엄청난 시빗거리가 된다는 점은 위와 같은 사실 이외에도 조흥은행의 파업이후 조흥은행 주가가 계속 상승하였다는 점만 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고 하겠다. 그리고 한국회계연구원 기준이나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및 미국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 기준에 의하면 "우선상환주"에 의한 자금조달을 부채로 분류하고 있는 바, 이번에 신한지주(주)는 인수자금의 50%를 우선상환주로 조달하였는데, 이는 바로 금융지주회사가 차입에 의해 무분별한 자회사 확장을 하거나 재무건전성을 해치지 못하도록 자회사 출자한도를 자기자본의 100%이내로 엄격히 정하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법 제46조에도 위배되는 조치이다. 그러나 문제의 칼럼은 이런 경제적 측면에서의 엄청난 시빗거리는 눈감고, 시빗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칼럼은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현정부 들어서 '깽판 치면' 선명이요, 합리를 주장하면 어용이 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라고 쓰고 있는데, 사실과 다른 교묘한 견강부회 수법이다. 칼럼의 화법대로 얘기하더라도 노동계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깽판 치면 선명이요, 합리를 주장하면 어용이 된다"(필자는 이런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음)는 식의 이야기는 자주 회자되던 얘기였다. 그런데 칼럼에서는 노동계에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자주 오르내리던 얘기를, 마치 현정부 들어서 정부의 무원칙하고 무법적인 정책 때문에 그런 말이나 현상이 생긴 것인 양 갖다 붙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노동문제에 대해 입장에 따라서는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에 기반한 엄격한 근거로 비판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나 위 칼럼과 사설은 이와 상반되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 이 글은 주간 안티조선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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