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희망 한 입(열린세상 14/2002.10)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도는 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매번 그렇듯이,
새롭게 무언가를 구상하고 기획할 때에는 가슴이 떨릴 정도의 신나는 도전의식에 모든 것을 잊어버립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모양을 갖춰갈 때쯤에는 밑천이 딸린다는 데에 대해 남몰래 고민합니다. 마지막 단계에 다다를 때 즈음에는 내가 일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일에 내가 끌려간다는 끔찍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지요. 그럼에도 용두사미가 될 수는 없다는 오기 하나로 그냥 버팁니다. 그러다가 다--끝나면, 한 숨 내쉬면서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좋지 못한 머리, 회전수를 늘리느라 바빠집니다.
그리고 또다시 반복.
영락없는 시지푸스 꼴이 되고 마는 자신의 모습이 때로는 한심스럽게도 보이지만, 또 한편 생각해봅니다.
시지푸스가 바위를 굴려 올렸다가 다시 굴려 올릴 때, 그 길은 그 길이 아닐 것이다.
바위에 한번 눌려졌던 길이 어찌 똑같은 길일 수 있겠는가 하고 말입니다. 풀이 있었다면 눌려졌을 것이고, 흙이 있었다면 다져졌을 것입니다.
겉보기와는 달리 모든 사물의 내면은 항상 변화불측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찌 일 뿐이겠습니까.
인간의 역사, 정치, 우리네 세상사 다 그러한 것이라고 한번 깨달은 척 해봅니다.
그러면서 애써 희망 한 조각 살짝 물어봅니다.
상쾌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입술 언저리에서 감돌지 않습니까?
2002년 10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