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인사말> 초여름의 소회 하나!(열린세상 19호/2003.5) |
초여름의 소회 하나 !!
폭우가 쏟아질 듯 질 듯 하면서도 습도만 높여놓고 마는 날들이 벌써 며칠째.
이런 날씨에는 '과일은 제철과일이 최고!'라는 편견 아닌 편견을 고집하는 이라 할지라도 식혀놓은 시원한 꿀수박 한 조각에 손을 뻗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수박, 참외 등 과일 같은 채소가 제철을 잊어버린 것이야 오래된 일입니다만,
'벌써 수박이? 딸기는 어딜 갔지?' 라고 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티를 한번씩은 꼭 내게 됩니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더 잇게 되지요.
나 젊었을 적에는 6월 6일 현충일에는 딸기밭엘 갔었다는 둥, 밭에서 잘 익어 포동포동하고 윤기가 자르르한 금방 따온 딸기가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는 둥, 심지어는 대학가에서는 딸기팅도 했었다는 둥 이러지요.
그 시절을 조금 지나서는
철 이른 딸기나 수박을 먹으면서 예상외의 단맛에 '이건 틀림없이 포도당액을 비료로 썼을 거야. 봐라. 씨가 태반이 하얗잖아' 하면서 왠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있는 듯한 생각에 찜찜해 그 달고 시원한 맛을 맘껏 즐기지 못했었지요.
그러던 것이 이젠 옛일이 되어, 이제는
6월에 딸기를 찾으면 철 가는 줄 모르고 사는 사람이나 세상살이 상식이 없는 사람처럼 치부되기도 합니다.
그리곤 때 없이 등장하는 과일 같은 채소들이 유전자 조작이 되었건 말건, 포도당주사를 놓았건 말건 그냥그냥 먹고삽니다.
그렇긴 하지만,
건강에 해로운 에어컨바람은 조금만 참고 버텨보시면서
퇴근길에 오손도손 가족끼리 나눠먹을 수박 한 덩이.
어떠세요?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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