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현장에서> 나! 활동가-power of one(열린세상 17호) |
나! 활동가 - Power of One
오 주용
(한국 CLC 부설 이주노동자인권센터 정책지원실장)
어느덧 추위를 밀어내며 남녘에서부터 꽃 소식이 들려옵니다. 꽃보다도 봄을 더욱 실감케 하는 것은 아침저녁으로 센터 바로 앞 중학교에 통학하는 학생들, 특히 신입생들입니다.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약간 헐렁한 교복을 입고 재잘대며 센터 앞을 오가는 신입생들 중에는 센터의 막내 자원활동가 '민지'도 있을 겁니다.
입학식 며칠 전, 신입생 딸아이의 체육복을 사러 왔다가 간판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잠깐 들어왔다며 명함을 한 장 건네고는 바쁘게 사라지신 분이 바로 민지의 어머니 '박현숙'씨 였습니다. 자원활동가 오리엔테이션 안내 전화를 받은 그 분은 중1, 중3 두 딸과 함께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셨습니다. 그분은 건축업을 하는 남편 덕분에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어 개인적으로 도와주기도 했지만 혼자서 돕는 것은 참 한계도 많고 힘이 없더라는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작년 11월엔가 CLC의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시작되는 글을 올린 것이 생각났습니다. "요즘 끝이 보이지 않는 상담 건으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 글에서 반복되는 문제들 앞에 너무나 무기력한 제 모습을 나누었었습니다. 자원활동가가 아닌 인권단체의 실무자라 하나, 굳건한 사회의 틀 앞에선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결국은 그렇게 별 것 아닌 듯한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힘이 희망의 씨앗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힘차게 센터 문을 열고 들어와 '의료공제회 카드 만들러 온 사람 없어요?'라고 씩씩하게 외쳐대는 민지를 비롯해,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자원활동가들, 말이 서툰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센터에 문의 전화를 대신 해서 이것저것 알아봐 주며 함께 화도 내고 기뻐하기도 하는 우리네 이웃들, 서서히 마음을 열고 미소 띈 얼굴로 신뢰를 쌓아 가는 이주노동자들... 이들이 제 '첫 마음'을 상기시키고, 제 안의 '생명력'을 일깨웁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제게 주는 힘이 참으로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제가 가지고 있고, 나눌 수 있는 힘도 클 수 있겠구나 하고 조심스레 헤아려봅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일이나 생활을 통해 만나 가는 사람들이 귀하게 보이고, 그들과의 만나 가는 일이 전보다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이렇게 우리가 가진 작지만 큰 힘을 발견하고 꽃피워 낼 수 있는 그런 봄이 되길 바라며, 이를 노래한 글 하나 덧붙입니다.
당신에게 달린 일 - 작자 미상 / 틱낫한 제공
한 곡의 노래가 순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한 송이 꽃이 꿈을 일깨울 수 있다.
한 그루 나무가 숲의 시작일 수 있고
한 마리 새가 봄을 알릴 수 있다.
한 번의 악수가 영혼에 기운을 줄 수 있다.
한 개의 별이 바다에서 배를 인도할 수 있다.
한 줄기 햇살이 방을 비출 수 있다.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고
한 번의 웃음이 우울함을 날려보낼 수 있다.
한 걸음이 모든 여행의 시작이다.
한 단어가 모든 기도의 시작이다.
한 가지 희망이 당신의 정신을 새롭게 하고
한 번의 손길이 당신의 마음을 보여 줄 수 있다.
한 사람의 가슴이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 수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이 세상에 차이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에게 달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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