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페이지로
첫 페이지로

Монгол хэл |

English |

 
 

단체소개

정보마당

상    담

소 식 지

자원활동

커뮤니티

후    원

L I N K

SITE MAP
 
 
 
 
빠른 메뉴
 
 
 
첫 페이지로
소식지 보러 가기
상담신청하기
자유게시판
후원하기
 

▲ 위로

 
 
        
 


*열린세상26호부터는 한글2002 이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없으신 분들은 한글2005 뷰어를 다운 받기바랍니다.

번호 : 116
글쓴날 : 2003-02-17 11:32:45
글쓴이 : 노동인권회관 조회 : 2565
제목: 자료...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본 이주노동자문제와 한국사회의 과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본
이주노동자 문제와 한국사회의 과제

석 원정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소장




1. 다민족 공생사회로 진입한 한국사회

대략 1988년 이후부터 한국사회로 유입되기 시작하던 이주노동자들이 법무부 추산 2002년 3월 현재 33만여 명을 헤아리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월드컵 이후 2002년 12월 현재 3만 명 가까이 더 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현재 법무부 추산 최소한 36만여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거주하고 취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어떤 상황에서 노동하고 생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 동안 매스컴 등을 통해 꽤 널리 알려져 있다. 하루 10-12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 저임금.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산업재해, 장기체류를 감행하게 하는 고액의 입국수수료 및 송출수수료, 사업주에 의한 여권압류, 폭행, 성폭행, 토끼몰이식으로 이루어지는 단속과 강제출국, 국제결혼가정의 체류자격과 취업, 문화간 차이를 둘러싼 갈등, 자녀출산 및 양육과 교육의 어려움,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에서 왔다는 점만으로 감당해야 하는 한국인들의 멸시, 의료보험 등 모든 사회보장제도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기에 겪게 되는 갖가지 고통들, 거기에 불법체류자라는 사회적 신분에서 오는 극도의 불안정성 - 아마도 이 중 적어도 서너 가지 정도는 한국인들에게서 비교적 쉽게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의 인권침해와 고통의 실상이 알려져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들의 인권침해와 고통의 실상이 널리 알려지는 것에 비례해 이주노동자 자신들의 저항과 이들의 인권보장을 외치는 한국사회의 목소리도 높아져, 몇몇 측면에 있어서는 초창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처우가 어느 정도 개선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연례행사처럼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 현장을 목격하고, 그에 대한 개선책이 논의되곤 한다.
한편, 한국사회가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저임금 노동력에 집착하며 올바른 해결책 마련을 지연시키고 있는 사이, 엄청난 숫자가 한국으로 흘러 들어왔고, 장기간 거주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고 있으며 아예 결혼과 출산을 통해 한 가족을 형성하면서 한국에 장기 거주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이들이 한국에 장기 거주하게 되면서, 그리고 가족을 형성하면서 이들을 둘러싼 문제들은 점점 복합적인 양상을 띠게 되었고, 그 추세는 놀랄 만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빠른 증가와 장기체류 증가현상은 역으로 한국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고, 십 수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는 무려 36만여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로 인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즉, 한국사회가 어느 사이에 여러 민족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이제 돌이켜지지 않는(不可逆)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아니, 최근에 언론에서 보도되었듯이 '출산율의 저하속도가 세계 최고인 나라'이라는 사실이나 지난달 23일 보건복지부에서 '2020년이면 노령인구가 유년인구를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어놓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런 경향성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사회는 이제 그저 '스쳐가던 손님' 혹은 '아주 극소수 한국인으로 귀화한 외국인'들, 혹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노동을 제공하고 있지만 곧 돌려보내야 할 외국인노동자'라는 정도의 인식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떠받치는 젊은 노동력집단으로서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고 이들 존재를 한국사회내에서 올바르게 자리매김할 방안, 그리고 어떻게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현명한 방안이 될 것인지에 대한 심도있는 공론화가 필요한 상황이 도래하였다.
이러한 상황예측은 한국사회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즉, 단일한 혈통을 가진 단일민족이라는 한국민족의 정체성과 단일한 문화권, 단일한 언어를 구사하는 한국문화라는 기존의 개념에 대해, 새로운 개념의 민족, 다문화, 다언어의 공존으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역사적으로 다른 민족과 사이좋게 살아본 집단적 경험이 별로 없는 사회이고 민족이다. 오히려 타민족으로부터 침략과 피해를 받은 집단적 경험과 사회적 학습을 압도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사회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위한 제도마련, 인식의 개선 등이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특히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덜 개발된 국가에서 온 타민족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문화는 물론, 사회제도면에서도 한국사회는 매우 미숙한 상태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가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든 아니든, 아니 좋든 싫든, 객관적 흐름은 이미 한국사회가 여러 민족이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하여, 이하에서는 비록 늦었지만 한국사회가 이미 진입해 가고 있는 "다민족 공생사회(多民族共生社會)"로의 안착을 위한 한국 사회의 준비는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서술하고자 한다.

2. 합리적인 외국인력제도 마련이 "다민족공생사회"를 위한 첫 걸음

현재 한국의 외국인력정책의 근간은 산업연수제이다. 1991년 해외투자기업연수제 실시로 시작된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제는 1994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중기협")을 도입 창구로 하여 수만명씩 대규모로 외국인력을 도입하게 되면서 편법적인 외국인력 도입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산업연수생제의 문제점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외국인력을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으로 노동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합법체류자임에도 미등록이주노동자(통칭 불법체류자)보다 오히려 열악한 조건에서 노동하고 있다. 임금, 근로시간, 산업재해, 인권보호, 거기에 고액의 송출수수료를 갚기에는 너무 짧은 2년-3년의 노동기간동안 어느 모로 보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보다 열악한 상황에 있다는 점 때문에 중기협 산업연수생들의 20% 이상이, 해외투자기업연수생들의 55.5%가 해마다 사업장을 이탈하여 스스로 미등록노동자 신분을 택하고 있다. 거기에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영세사업장의 외국인력 수요로 인해 미등록노동자는 해마다 늘어가 전체 이주노동자의 78.9%가 미등록노동자라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불법이 합법을 압도하는 전도된' 현상을 빚었다.
이들은 하루 평균 10-12시간의 장시간 노동, 다발하는 산업재해, 월 70-80여만원의 임금을 받고 한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한국인이 기피하는 지역에서, 한국인이 기피하는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를 도맡아 하고 있다. 최소한 두세 번씩은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안전장치, 안전장비도 없는 작업현장에서 수없이 죽어나가고 신체가 훼손당하고 있다. 변변한 건강진단 한번 받아보지 못해 작은 병을 키우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이들, 중기협 연수생, 해외투자기업연수생, 그리고 미등록노동자 36만여 명은 한국의 잘못된 제도로 인해 '노동자가 아니거나 불법노동자'로 대우받는 신세이다. 정상적인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에 이들은 한국의 노동관계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거나 일부 조항 적용대상이거나 혹은 실질적인 적용대상이 아니다. 이들의 신분적 불안정성은 이들이 작업현장에서 어떤 불이익을 받아도 한국의 법과 제도에 권리구제를 요청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런 제도적 약점을 많은 사업주들이 악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점들은 한국 노동법이 적용되어 노동법의 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면 상당부분 해소 혹은 경감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노동법이 전면 적용될 수 있도록 산업연수제를 철폐하고, 노동허가/고용허가제를 실시하면서, 미등록노동자들을 양성화하여야 한다. 그것이 이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한국 사회가 해야 할 첫 번째 작업이다.

3. 다양성의 존중 - 다민족 공생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

(1)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 시급하다.
다민족 공생사회를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다. 우리는 한국문화의 특징으로 '뿌리 깊은 우리의식' '패거리문화' '연고문화' '인맥중시' 문화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동종의 부류에 속하지 않는 타인에게 배타적으로 작용하고 심하게는 폭력적으로까지 나타나기도 하는 이런 류의 문화는 다민족 공생사회를 위해 첫 번째로 지양해야 할 문화이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군사주의적 성향을 띤 문화, 권위주의적 문화 역시 지양해야 할 문화이다. 군사주의적 문화와 권위주의적 문화는 강자에의 복종과 함께 약자에 대한 억압을 동시에 낳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억제한다. 이런 한국사회의 문화적 특징들을 지양해 나가는 과정은 우리 사회의 진보적 지향점과 궤를 같이 한다.
또한 민족주의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다른 민족의 침략을 받고 식민지가 되는 과정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또한 식민지 해방이후 좌우 이념대립과 동족 상잔의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민족주의적인 가치가 사회 내에서 우선적인 가치로 자리잡게 되었고 또한 일반인들 사이에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이른바 "단일민족사상"이 뿌리깊게 자리잡게 되었다.
민족주의적 가치는 피지배자나 피해자, 약자의 입장에서는 "선"이 될 수도 있지만, 지배자나 가해자, 강자의 입장에 서는 민족주의는 파시즘, 인종주의 등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사회적 "악"을 배태하기 쉽다. 이 점은 나찌 등 파시스트의 역사적 폐해를 생각하면 쉽게 확인된다고 하겠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해서나, 해외투자기업의 현지 사회와의 관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나타나는 민족주의적 의식이나 태도의 부정적 측면을 비판적으로 점검, 확인하면서, 단일민족주의 등을 기초로 짜여진 우리 사회의 문화적 토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한편, 조선족이나 고려인 등 재외동포 이주노동자들을 일반적 이주노동자들보다 우대해야 한다거나, 또는 재외동포 이주노동자 문제만이라도 우선 해결하자는 식의 주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재외동포 이주노동자나 일반적 이주노동자이건 간에 민족이나 언어 문제 등을 빼고는 외국 국적을 가진 이주노동자란 점은 똑 같다. 따라서 어느 한쪽 문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제도개선할 때는 모두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향을 잡는 것이 맞다. 다만 조선족이나 고려인 등이 재외동포법의 차별적 적용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고, 따라서 이들 문제를 재외동포법의 올바른 개정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2) 약자, 소수자집단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권리옹호정책 및 우대정책을 세워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밑바닥에 놓여있는 사회계층이라 볼 수 있다. 비정규노동자(불안정, 불안전 노동자)계층 중의 최하위 계층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회의 민주화 정도나 문화적 성숙도의 척도는 그 사회가 약자. 소수자에 대해 과연 어느 정도의 권리옹호 정책이나 우대정책을 실현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한국 사회는 경제규모 세계 12-13위의 경제력을 갖고 있고, 또 OECD에도 가입한 국가답지 않게 형편없는 최하위 수준에 불과하다고 봄이 객관적인 평가일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동등한 권리보장은 물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약자, 소수자 계층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대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실천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미 많은 인권선진국에서 약자, 소수자에 대한 우대정책을 실시해 온 역사적 경험이 축적되어 있지만, 불행하게도 아직 우리 사회에는 이런 역사적 경험이 제대로 소개되어 있지 않고 또한 그 성과가 공유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이주노동자 등 소수민족에 대한 제도적 우대 정책에 대한 사회적 전망조차 부재한 실정으로 판단된다. 이 점은 일반 사회나 여론 주도층은 물론이고, 인권운동 진영에서조차 이 개념이 아직 미정립된 상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관심 있는 연구자들과 인권활동가들이 인권선진국들의 소수민족 우대정책 등 약자, 소수자 우대정책을 연구,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맞는 이주노동자 등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사회적 논의가 신속하게 조직될 긴박한 필요성이 있다.

(3) 사회적 시스템의 마련과 정비가 필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당면하는 갖가지의 인권침해 및 애로사항들은 가히 총체적이다. 그러나 합법적 제도의 이점을 적절하게 지원 받지 못하는 이들이 인권침해를 겪거나 애로사항들이 발생하였을 때, 많은 경우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을 통해 그 해결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잘못된 외국인력제도의 개선투쟁을 위시하여,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 귀국과 관련한 문제, 질병과 치료의 문제, 국제결혼과 자녀출산, 양육, 교육의 문제, 사망과 장례의 문제 등,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서 개입하고 있다.
정상적으로라면, 적어도 한국에 외국인력이 '산업기술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제도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하던 1994년경부터는 한국사회나 한국정부가 전면적으로 나서서 이에 대한 대비를 하였어야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사회적, 정부적 차원의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정부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일체 거치지 않은 채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이라는 이름의 편법적 외국인력 도입제도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을 대거 도입하는 무모한 정책을 감행하고 말았는데, 그 정책적 무모함은 산업기술연수생을 도입한지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동안에 한국내 이주노동자 숫자가 약 30만 명에 가까운 숫자가 증가하였다는 역사적 통계만으로도 쉽게 확인되고 있다. 아무런 사회적 대비체계를 만들지 못한 상태로 경과된 지난 10여 년 동안은 물론, 지금 현재도 여전히 한국사회는 이에 대한 사회적 대비를 철저하게 게을리 하고 있다. 그 결과 '상품'이 아닌 '사람'으로서 이 땅에서 살아가는 36만여 명의 노동자이자 주민들로부터 발생하는 총체적인 문제들을 정부가 아닌 전국 50여 군데의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과 몇몇 선량한 한국인들이 떠안게 되는 기형적인 현실이 초래되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의 수가 나날이 급증함에 따라 이들을 지원하는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의 업무량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폭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에서는 각종 한국사회의 시스템이나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여 이들을 지원하고 있으나, 사회제도적 시스템에 공식적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상품'이 아닌 '사람'으로서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고 노동하고 있는 이들이 한국 사회 내에서 사람으로서 겪게 되는 실로 갖가지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한국사회의 제반 제도적 시스템을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정비하고 또 필요하다면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기도 하여야 한다.
우선 몇 가지만 예를 든다면,
노동자로서 이들이 산업현장에서 겪는 각종 권리침해를 구제하는 임무를 맡은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법원 등의 기관에서 이주노동자들도 쉽게 권리보장 관련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조치들,
경찰, 검찰 등에서의 수사과정, 법원에서의 재판과정, 수용시설에의 수용과정과 생활 등등에서 문화와 언어가 다른 이주노동자들이 쉽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들,
생활인으로서 이들이 병원, 은행 등 공공서비스 제공기관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조치들, 또 사회보장 서비스 등 제반 공적 지원제도 활용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들,
자녀의 양육과 교육 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항이나 기타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하는데 따른 제반 애로사항을 쉽게 해결해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조치들,
소수민족으로서 고유의 종교나 문화 생활을 쉽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들,
이주자로서 한국사회나 지역사회의 구성원들과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지속시키게 하는 조치들,
이주자로서 한국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조력하기 위한 조치들,
등이 필요할 것이다.

"네팔인 여성 찬드라는 92년초 한국에 와서 일하던 중 92년 0월 0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된 후 2000년 4월에야 정신병환자가 아닌 것이 밝혀져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 92년 당시, 음식점에서 음식을 시켜먹고 돈을 지불하려다가 지갑을 분실한 것을 알고 주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려고 노력했으나 그의 말을 못 알아들은 주인이 무전취식이라며 경찰서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그가 행색이 초라하고 한국어를 못하는 것을 보고 정신질환자라고 잘못 판단하여 청량리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7년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켰다. 찬드라가 실종된 후 네팔인 공동체에서 경찰에 실종신고를 내기도 하였으며, 청량리 정신병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경찰측에 '네팔인인 듯 하다'는 통지를 보내었으나 경찰은 이를 무시하였다. 찬드라는 정신병원에 있는 내내 본인은 한국인이 아니고 네팔인이며 정신질환자가 아니라고 줄곧 주장하였으나 그의 말을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찬드라가 정신병원에서 나온 이후 부천 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찬드라를 대신하여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었고 법원에서는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외국인이주노동자 인권백서에서 인용,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발간, 2001)"
"스리랑카인 00은 길을 가다가 운전자 과실로 교통사고를 당하였다. 그런데 경찰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과실로 처리되었고 이로 인해 보험금을 받지 못하였다. 이 사실을 안 상담지원단체에서 경찰을 찾아가 항의하였고 그 결과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안산외국인노동자의집, 2002년 사례)

"러시아인 알리는 부인과 함께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한 한국인이 다가와 취업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가 알리 부인의 손을 만지면서 '예쁘다'는 등의 말로 희롱을 하였고 이에 알리가 항의하면서 서로 다툼이 벌어졌다. 다툼이 커지면서 소란이 일자 불법체류자였던 알리는 도망을 갔고 그러자 그 한국인은 맥주병을 깨뜨려서 들고 알리를 쫓아가 알리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그로 인해 알리는 전치 6주의 상처를 입었다. 알리는 그 한국인에게 치료비와 두달간의 임금을 지불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가해 한국인은 오히려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면서 알리를 경찰에 고소하였다. 알리는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경찰에 출석한 알리를 조사하던 경찰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자 한국어를 웬만큼 하는 몽골인을 불러서 통역을 시켰다. 정식 통역원을 사용하지 않은 진술은 명백히 법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술은 유효한 것으로 되었고 피해자였던 알리는 쌍방과실을 저지른 것으로 되고 말았다. "(포천나눔의집, 2002년 사례)

(4) 사회 각 영역에서 다민족,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방안 필요

가) 의식의 전환이 필요
무엇보다 먼저 이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한국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인식을 드러내 보면 대개 다음과 같은 정도일 것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불쌍한 사람들" 혹은 "질병이나 범죄, 마약 등으로 기피해야 하는 집단" 혹은 "한국인들은 그러하지 않는다"라거나 "한국인도 힘든데 외국인까지 도와주어야 하는가" "자기네 나라에서 받는 월급을 생각하면 이 정도면 아주 괜찮은 거다"라는 등.
특히, 일선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이주노동자들의 이성교제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생활에 관한 영역임에도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이주노동자들의 이성교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와 접촉하다보면 열에 여섯일곱은 사생활을 들추면서 매도하기 일쑤다.
남성이주노동자나 여성이주노동자 할 것 없이 이성교제 혹은 동거 등에 대해 똑같이 비판적인데, 남성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여성과 교제하는 데에 대해 특히 한국인남성들이 격렬하다고 할 정도의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남성이주노동자가 아프리카대륙에서 온 흑인일 경우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거기에 남성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여성과 결혼하고자 할 경우 한국인여성의 집안에서 보이는 반응은 더욱 배타적이다.
한국인여성과 결혼하는 남성이주노동자들은 예외없이 배우자의 집안에서 냉대를 받는다.
이런 사고들은 모두 이들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 시각에서 나온다.
이들에 대한 우월감에서 배태되는 시혜적 의식, 근거없이 불온한 집단으로 보는 시각, 차별적 시각, 배타적 시각 등은 모두 이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이해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아프리카 사람들은 다 AIDS 걸린 줄 알아요. 한국 TV에서 아프리카 AIDS 많다고 해서 한국 사람들 아프리카 사람들 피해요." [말리, 남성, 28세, 미등록노동자] (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 외국인노동자실태조사에서 인용)

"불법체류자들의 퇴직금까지 받아주어야 하느냐. 중소기업주들은 모두 애국자다. 당신네들같은 단체가 불법체류자를 양산한다."(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에서 체불임금으로 접촉한 서울지역의 모 노동부지방사무소 근로감독관의 반응)

"오갈 데 없어서 불쌍해서 내가 먹고 자게 해주었다. 그런데 월급 좀 밀렸다고 인권단체를 찾아갈 수 있느냐. 지가 뭔데 그런 데를 찾아가느냐"(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에서 체불임금으로 접촉한 모 사업주의 반응)

"한국 여자 친구 생기면 문제 생겨요. 한국 사람들 화내요. 까만 사람이 한국 여자랑 얘기하면 욕해요." [말리, 남성, 28세, 미등록노동자] (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 외국인노동자실태조사에서 인용)

"00은 토요일만 되면 이태원의 나이트클럽에 가서 한국여자들을 꼬신다. 여자를 수시로 바꾼다. 한국여자만 보면 게걸스럽게 침을 흘린다. 00의 말에 의하면 한국여자들이 외국남자들이 심볼이 커서 좋아한다더라. 그런 놈들한테 넘어가는 여자들도 문제다.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에서 체불임금으로 접촉한 모 사업주의 반응)

"불쌍해서 부부를 채용했다. 그 부부와 다른 몽골인을 한 방에 기거하게 했다. 둘이서 다른 사람이 있건 말건 밤이면 그짓을 한다. 같이 사는 몽골인이 못살겠다고 하더라. 그런 애들이다. 나이도 어린 것들이.... "(부부임을 알고 채용했으면서도 부부생활을 위해서는 조금도 배려하지 않았고 부부의 임금을 체불했던 모 사업주의 반응 -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상담 사례)

"한국인 아내하고 결혼한지 2년 반이 지났다. 근 2년동안 아내 집안에서 나를 싫어하고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괜찮아져서 파키스탄으로 아내하고 같이 가서 이슬람식으로 혼인하고 오려고 한다. " [알리, 남성,31세, 미등록노동자]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상담사례)

나) 이웃으로서 이들을 받아들여야
최근에 실시된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의하면 설문에 응답한 733명의 이주노동자 중에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식당이나 가게에서 의심받거나 불친절한 대우를 받은 경험을 한 사례가 19.9%, 식당이나 가게에서 한국인에게 이유없이 무시당하거나 욕설을 들은 경험이 있는 사례가 18.9%였다. 이들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인들이 불편한 감정을 행동이나 표정으로 표시하거나 또는 어떤 경우는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하거나 조롱하기도 하고 아예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앉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한국민들의 이러한 태도가 시정되기 위해서는, 거주민이나 생활인으로서의 이주노동자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의식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원활한 의사소통,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주민으로서의 상호 친밀감을 고양시킬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안산, 부천 등지에서 이주노동자 지원센터와 함께 이루어지는 지역 차원의 행사나 지역주민들과 일상적으로 함께 하는 활동들은 다민족공생사회를 위한 나름대로의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 타면 한국사람들이 피해요. 옆에 자리가 있어도 한국 사람들 안 앉아요. 오산 가는 1번 버스 탔을 때 버스 기사가 "내려" 그랬어요. 못 타게 해요. 냄새난다고 못 타게 해요. 어떤 버스는 기사 뒷자리에 앉으면 다른 자리로 가래요. 냄새난다고. 어떤 버스 기사는 향수 같은 거 나한테 뿌렸어요." [말리, 남성, 28세, 미등록노동자] (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 외국인노동자실태조사에서 인용)

"한국 사람들 까만 사람 싫어해요. 가난해서 한국 왔다고 싫어해요. 한국 TV에 보면 옛날 아프리카 사람들 사는 모습만 나와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 아프리카 AIDS, 가난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말리, 남성, 28세, 미등록노동자]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 외국인노동자실태조사에서 인용)

"예를 들면, 우리들을 부를 때 강아지를 부르듯 손짓하며 입술로 혀를 차는 소리를 냈었다. O사장은 앞에서 '너는 동물이다'라고 영어로 말했었다. 동물에 해당하는 animal 단어 발음이 영어와 불어가 비슷하기 때문에 통역하지 않아도 알아들었고 손가락질을 하면서 말했기 때문에 매우 불쾌했었다. 같이 일하는 식당 아줌마는 ○○가 다가오면 코를 막으면서 '냄새난다'고 했다. 한 번은 바로 앞에서 컵을 집어던지며 냄새나니까 나가라고 했었다."[코트디부아르, 남성, 39세, 미등록노동자] (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 외국인노동자실태조사에서 인용)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이 자꾸 쳐다봅니다. 길을 걸을 때도 신기한 듯이 쳐다봅니다. 요즘에는 많이 심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저를 피해서 지하철 옆 칸으로 가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들은 막 화를 내기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가나, 남성, 29세, 미등록노동자] (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 외국인노동자실태조사에서 인용)

다) 민주주의와 합리적 사고를 배양할 수 있는 교육 필요
잘못된 법과 제도는 그나마 고치면 된다는 해결방안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법과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 이들을 이방인이 아닌 이웃의 주민으로 인정하고 우리와 다른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왕도가 따로 없다. 상대를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 합리적 사고를 배양할 수 있는 교육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더욱 중요하다. 이들에게 이주노동자들은 성인들이 받아들이듯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에 끼어 들어오는 그런 낯선 존재들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국제결혼 가정이 존재하고 있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이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가족을 동반하면서 교육이 필요한 청소년들까지도 한국에 거주하는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 장기간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들 중 학령기에 다다른 아이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아직 편견이 형성되지 않았거나 고착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이들과 소통하고 공존하는 원리를 교육시키는 것은 다민족 공생사회를 위해 특별히 중요하다.

"칸과 샨, 알리 세 사람은 1999년 12월부터 경기도 소재 00금속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0년 8월 칸과 일하던 관리자 사이에 업무상의 일로 말다툼이 벌어졌다. 그런데 관리자는 말다툼중에 칸의 코를 때리고 폭행을 하였다. 폭행을 당한 칸과 샨, 알리는 무서워서 회사를 바로 뛰쳐나왔다. 세 사람이 회사를 나가는 것을 본 사업주는 월급을 받지 않으려면 나가라고 했고, 관리자의 폭행으로 겁에 질린 칸은 한시라도 빨리 회사를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월급은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바로 회사를 나갔다. 일단 위협적인 상황을 벗어난 칸은 이후 상담소를 찾아왔다. 상담소에서 00금속과 접촉해보았다. 그러나 사업주는 심한 욕설을 퍼부으면서 칸과 함께 회사로 방문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사업주의 요구로 상담원이 칸과 함께 회사를 방문하자 사업주는 상관 말을 듣지 않으면 맞을 수도 있다고 하면서 또다시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외국인이주노동자 인권백서,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발간, 2001)"

라) 다문화 이해를 위한 적극적 관심 필요
2002년 국정감사에 제출된 현재 한국에 체류중인 이주노동자의 국적은 무려 96개국에 달한다. 이처럼 많은 다국적인들을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일일이 세심하게 배려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적어도 한국민과는 다른 이들의 의식이나 문화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민족이나 국적이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의식을 배양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그 동안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일상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지구촌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촉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상 간략하게 다민족 공생사회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해보았다. 사회의 변화는 우리들의 의식의 변화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어가고 있다. 아주 드물게 눈에 뜨이던 이주노동자들이 직장동료이고, 이웃주민이고, 가게의 손님이고, 가족 혹은 친지가 되고, 그들의 2세가 내 아이의 급우가 되기까지의 시간은 고작 10여년에 불과하였다. 미처 준비하지 못하는 사이 단일민족을 강조하던 한국사회는 어느 순간에 돌아보니 이미 다민족사회로 진행하였고, 한국사회의 구성원들로서는 이러한 변화를 적절하게 수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사회적 의제로 상정되고 있는 바,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민족 공생사회를 위한 사회적 기틀 마련을 위해 전사회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하겠다.

(* 이 자료는 2월 8일에 있었던 '2003 사회포럼' 쟁점토론에서 발제한 발제문입니다.)


글쓰기 답글쓰기 수정하기 지우기
 
홈으로 이전글 목록 다음글
 

서울특별시 용산구 남영동 59-3번지 2층 (우)140-160
TEL : (02)749-6052/8975     FAX : (02)749-6055

* 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노동인권회관/노동정책연구소/(부설)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